트럼프 ‘관세 폭탄’에 포스코·현대제철, 美 공장 본격 검토
트럼프 ‘관세 폭탄’에 포스코·현대제철, 美 공장 본격 검토
  • 김보름 기자
  • 승인 2025.02.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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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10조원 투자 첫 제철소 건설…
포스코, 합작 법인 설립, 제철소 인수 검토…
한국산 철강 쓰는 완성차·가전업계도 고심 중
1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월12일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 서명함에 따라 포스코·현대제철을 비롯한 철강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수출품에 관세가 추가되면 현지에서 경쟁하는 미국·일본 철강 대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한국 기업으로서는 첫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한국산 철강을 미국으로 수입해 현지에서 제품을 만드는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LG전자도 영향권에 들어간다.

한국 철강회사들은 수출할당(쿼터)량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3월12일부터는 혜택이 사라지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을 준비 중이다.

현재 한국은 263만t의 철강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받는 대신 그 이상은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전세계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한국은 협상을 거쳐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 수준인 263만t까지 무관세 쿼터를 적용 받아왔다. 

쿼터제 혜택을 본 국가들은 한국 외에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쿼터제가 폐기되고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만큼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호 영향과 유불리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강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에 들어간 현대제철 포항2공장./연합뉴스

일단 한국처럼 쿼터제를 적용받았던 국가들은 그렇지 못한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철강을 자급자족할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도 수입 철강가격 급등은 부담이다.

미국의 철강 시장은 연간 약 1억t 규모다. 이 중 8000만t이 현지 생산, 나머지 20%는 수입한다. 그런데도 트럼프 정부가 1기 때에 이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은 미국산 철강 제품 보호 목적이 크다. 미국 철강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크고, 기존 화석연료 고로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전기로(電氣爐) 전환도 늦어, 수입품 대비 생산 단가가 높은 편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지 투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10조원가량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지을 예정이다. 현재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가 유력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 생산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제철소 인수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세아그룹은 텍사스주에 연간 6000만t 생산 규모의 특수합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선·자동차 산업에 원자재를 대는 후방 산업인 철강이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의 선박 건조 및 방산 시장을 키울 경우 현지에서 생산된 한국 기업들의 철강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 생산량을 확대하면 국내 공장의 가동 중단, 인력 조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이 문제다. 철강 업황 부진에 따라 현대제철은 지난해 3곳을, 포스코도 이미 2곳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포항제철소./연합뉴스

한국산 철강을 미국으로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온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계는 현지에서 미국산 강판을 구매하는 방안을 비롯한 다각도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냉장기·세탁기·TV 등 생산에서  원자재인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철강 25% 관세’는 가격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전 원자재 구입비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연산 100만대 규모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산 180만대 규모 세탁기·건조기 공장을 두고 있다. 두 회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각각 미국으로 공장 이전과 미국 공장 라인 확대 방안을 모색하던 참이었다.

자동차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내 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을 미국으로 들여와 북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가 부과되면 비용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강 업계와 함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구체적인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범부처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 확대 등이 대책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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