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이트진로 영업이익 폭증 진짜 이유는 소주-맥주값 인상(?)
작년 하이트진로 영업이익 폭증 진짜 이유는 소주-맥주값 인상(?)
  • 정진교 기자
  • 승인 2025.02.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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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매출 소폭증가 불구 영업이익과 순익은 2~3배 급증
회사측은 매출증가와 광고선전비등 판관비 감소 때문 설명
하지만 작년 1~9월 원재료비 등 전체 매출원가는 오히려 감소
23년말 소주-맥주값 인상은 '지나친 엄살' 아니었냐는 비판 나올듯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국내 최대 주류업체 하이트진로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3% 정도 밖에 늘지 않은데 비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2~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비용을 절감한 탓도 있지만 2023년 11월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대폭 인상한 효과를 단단히 본 것으로 추정된다.

술값 인상 당시 하이트진로 측은 주정과 맥아 등 소주-맥주 원재료비 급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작년 1~9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소폭 증가한데 비해 원재료비 등 전체 제조원가(매출원가)는 오히려 약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 원재료비 급등만을 명분으로 서민 술인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지나치게 올려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전체 물가불안도 앞장서 조장한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이 2조5992억원으로, 23년의 2조5202억원에 비해 3.1% 증가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년 1239억원에서 24년 2209억원으로 78%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5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무려 198% 증가, 증가폭이 더 컸다. 매출 증가율에 비해 영업이익과 순익 증가율이 엄청나게 높은 셈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이익이 이렇게 급증한데 대해 매출액 증가 및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설명일까?

▲하이트진로의 2024년 잠정영업실적 공시

매출과 이익 수치만 우선 간단하게 공시했을 뿐 전체 영업내용이 자세히 기록된 사업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한 이유 분석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공시되어 있는 작년 3분기(1~9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작년 전체 하이트진로의 영업흐름을 대충은 파악해볼 수 있다.

또 영업실적과 국내 술값과의 관계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술병 제조업체(하이트진로산업)와 운송업체(수양물류) 및 해외 자회사 실적 등까지 모두 포함된 연결기준 수치보다 국내 본사 실적만을 의미하는 별도기준 수치들을 들여다보는게 더 타당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9월 별도기준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4.5%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영업이익은 23년 1~9월 732억원에서 작년 1~9월 1723억원으로, 2.35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4.35%에서 9.79%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최근 공시된 작년 전체 잠정영업실적과 흐름이 대체로 비슷하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판관비)를 빼 구한다. 매출원가는 제조업체의 경우 제조공장 단계의 각종 원가다. 감가상각비(설비투자비)와 인건비, 원재료비, 기타제조경비 등으로 구성된다. 판관비는 본사 단계에서 들어가는 각종 판매 및 관리비용을 말한다.

작년 1~9월 판관비는 본사 인건비와 운반비, 용역비 등은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반면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 등은 감소, 전체적으로 3.5% 줄었다. 회사 측이 최근 공시에서 작년 전체로도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감소한 것이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는 설명은 틀린 설명이 아닌 셈이다.

▲2024년3분기 별도기준 손익계산서

하지만 판관비 말고 제조원가라 볼 수 있는 매출원가도 23년 1~9월 9500억원에서 작년 1~9월 9497억원으로 3억원 감소했다. 

매출원가 감소폭은 작지만 매출이 4.5%나 증가한 바람에 매출원가율은 같은 기간 56.4%에서 53.96%로 많이 줄었다. 매출원가율이 낮아질수록 영업이익의 바탕이 되는 매출총이익 또는 매출총이익율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매출원가가 오히려 이같이 약간 줄어든 것은 매출원가 구성요소인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은 늘거나 큰 변화가 없었던데 비해 원재료비는 감소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분기보고서 비용난의 원재료와 저장품 사용액을 보면 23년 1~9월 5064억원에서 24년 1~9월 4924억원으로, 140억원(2.76%) 감소했다.

소주의 주요 원재료인 국내산 주정을 하이트진로가 매입한 평균 매입가격은 2022년 ℓ당 1707.37원에서 23년 1843.72원으로 8% 가량 올랐다. 작년 1~9월에도 1897.89원을 기록, 상승폭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계속 올랐다. 맥주 원재료인 맥아 수입가격도 같은 기간 ㎏당 1034.55원→1255.67원→1503.18원 등으로 계속 많이 올랐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원재료만 있는게 아니다. 다른 맥주 원재료인 호프의 ㎏당 평균 수입가격은 같은 기간 45330.77원→31631.17원→22290.61원 씩이다. 2년 사이에 절반 밑으로 크게 떨어졌다. 국내산 맥주맥 ㎏당 평균매입가도 2022년 988.22원에서 23년 1004.45원으로 오르다 작년 1~9월에는 913.57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오른 원재료도 있지만 떨어진 원재료도 적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원재료비가 작년들어 약간 줄어든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주요 원재료 가격 추이

그런데도 하이트진로는 주정과 맥아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2023년 들어 급등한 것을 빌미로, 그해 11월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크게 올렸다. 소주 ‘참이슬’과 ‘진로’ 출고가 인상율은 각각 6.9% 및 9.3%에 달했으며, ‘테라’와 ‘켈리’ 등 맥주제품 가격 평균 인상율도 6.8%였다.

술집이나 식당에선 출고가 보다 더 올려 소주-맥주 판매가가 병당 5천원선을 넘어선 것도 사실상 이때부터다.

작년 매출이 약간 늘어났는데도 제조원가(매출원가)와 판관비는 모두 줄었기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2023년 말 단행한 술값 인상효과를 작년 내내 단단히 볼 수 밖에 없었다. 작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급증 또는 급등의 주된 이유다.

▲하이트진로의 별도기준 원재료와 저장품 사용액

IBK증권의 김태현 연구원도 작년 9월 하이트진로 관련 보고서에서 “맥주 소비 위축이 여전해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제한적이지만 가격 인상 효과와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큰 폭의 이익 개선 흐름은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큰폭 이익 증가를 일찌감치 내다본 것이다. 그는 또 소주 부문 영업이익도 많이 늘겠지만 맥주부문 영업이익 증가율이 더 클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4분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마케팅비용 절감 효과보다는 술값 인상 효과와 원재료비 안정 효과가 더 크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확한 판정은 작년 사업보고서가 나와봐야 가능하겠지만 작년 1~9월 실적만으로 추정해봐도 하이트진로의 23년 말 소주-맥주 출고가 인상은 지나친 엄살이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서민들이 소주 한잔 제대로 마시기도 상당히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며 "충분한 감내능력이 있는데도 국내 최대 주류업체가 전체 물가불안을 앞장 서 조장했다는 비판도 앞으로 두고두고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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