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비용 연 30.2조원 추정…기업들, 일률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등 선호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로 진입했지만 은퇴 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쪽에 속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한 소득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할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과거 60세였으나 연금개혁으로 2013년 61세로 높아졌고,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고, 2033년부터는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는다.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률은 2023년 기준 3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반면 60~64세 고용률은 2019년에 12위에 그쳤다.
인권위는 “상당수 OECD 국가들이 연금 수급연령을 65세 이상으로 늦추거나 고령층 고용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법정 정년 60세’를 유지하면서 각 기업에 ▲정년 65세로 상향 ▲정년제 폐지 ▲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선택해 이행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다만 법정 정년 상향이 청년의 신규 채용 감소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도록 정부가 고령자 임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기업과 근로자 양측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지적한 대로 일률적 정년 연장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기업 비용 부담과 청년층 채용 기회 감소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인협회이 지난 해 말 발표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추정 및 시사점'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릴 시 추가 고용 비용은 30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청년층 근로자 90만2000명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서는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2명 가까이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상당수 기업들은 일률적 정년 연장보다는 여러 가지 대안을 채택하고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 대표적으로, 이 방안은 사측은 숙련된 노동자를 신입사원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정년 이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대안으로 여겨진다.
현대차와 기아가 기술직(생산직), 영업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숙련 재고용', '베테랑' 제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포스코 노사도 정년 퇴직자의 70%를 최대 2년까지 재고용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임금피크제 개시 상향, 퇴직 전문가 재고용 등 방안도 실시되고 있다.
KT는 지난 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기존 만 57세에서 58세로 높이는 데 합의했고 나이와 관계없이 월 임금의 80%를 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의 최고 커리어 단계인 '마스터' 직책을 도입해 해당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게 했고, 삼성전자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하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LG전자도 연구 개발, 제조 등 특화된 일부 분야에 대해 정년 이후에도 별도로 자문 역할을 운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