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환승 칼럼] “머리가 나빠서 손발이 고생한다”의 종말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젠 비록 나쁜 머리를 가졌더라도 그 머리를 대신할 어떠한 인간보다 똑똑한 AI의 등장은 우리의 손발을 편안하게 할 것이다.
물론 AI를 머리 대신 사용해야 얻을 수 있다. 개인의 머리야 좀 안 좋아도 개인의 문제로 끝나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만 국가 지도자가 현명하지 못하게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지도자의 무능으로 국가가 쇠락한 사례는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쁜 최악의 지도자를 피하기 위해 왕조시대 세자에 대한 교육 강화와 현대의 권력분산과 의회제도 등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히틀러, 후세인, 푸틴 등 많은 현대의 지도자들이 민주 제도하에서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로 탄생되어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가기도 했으니 제도적 해결책도 한계는 있다.
건강은 빌릴 수 없어도 머리는 빌릴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사용하여 유명해진 이 말은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지도자는 명석하지 못해도 유능한 인재를 발탁해서 국정에 활용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전두환 대통령의 1980년대는 박정희 대통령이 닦아놓은 산업 기초 위에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을 하던 시절로 평균성장률 10%를 초과해서 달성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와서 6%대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저성장시대로 돌입했다고 염려했는데, 당시 1~2%의 성장률을 보인 소련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했다.
군출신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전문가가 아니었지만 김재익 경제수석을 두고 맡겨서 이룬 성과였다.
그러나, 그는 1983년 미얀마의 아웅산 묘역에서 북한의 테러사건으로 사망하여 국가적으로 아쉬운 인재를 잃었다.
인재를 알아보고 발탁해서 권한을 일임하는 일도 쉽지는 않으며 사람을 의심하는 지도자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도자는 인재를 알아보고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필요하면 삼고초려도 해야 한다.
그러나, 초지능 AI가 등장한 오늘날엔 단지 AI를 24시간 옆에 두고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대신 AI를 의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AI를 잘 아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란 말은 “푸른 색 염료는 쪽에서 얻은 것이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는 말로, 스승보다 더 뛰어난 제자를 키워내는 즐거움을 표현한 말이다.
사람은 자식을 낳아서 자신보다 더 뛰어나게 길러내는 것을 인생의 성공요소로 여기기도 한다.
인간은 자신을 능가하는 지능을 가진 기계인 AI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으나 신을 능가하지는 못한 점을 비교하면 인간이 신보다 더 뛰어나다고 여길 수도 있다.
AI는 인류가 만든 모든 발명품 중에서 가장 놀라운 최고의 것으로 모든 일에서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는 도구다.
그러므로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앞으로 경쟁력에서 이길 수 밖에 없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그래서 AI를 잘 아는 것보다 AI를 실제로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식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과 같다.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세계인의 84%가 종교를 믿고 있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종교가 건재한 이유는 산불이론과 같이, 불행에 대한 위험에 대비하는 듯 유신론자가 진화론 측면에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모든 불행에 ‘인샬라’로 신의 뜻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이면 분명 스트레스 없이 세상 편하게 살 수 있으며, 점술가의 불행이 올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대비한다면 큰 손해는 없을 것이다.
신앙심과 마찬가지로 기술에 대한 신뢰도 중요하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신은 값비싼 에너지와 환경오염의 댓가를 가져올 뿐이다.
이미 항공기는 계기착륙에 의해서 안전하게 착륙되고 있으며,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의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는 당시 공항의 계기착륙장치의 고장으로 조종사의 수동조작에 따른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완전자율주행의 시대가 되면 인간은 운전을 금지하게 될 것이며 교통사고는 거의 제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신 자동차에는 긴급제동장치가 설치되어 운전자의 부주의에도 자동으로 충돌을 방지하도록 멈추게 되어 있어서, 한류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트럭 교통사고와 같은 장면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자율주행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최신 자동차에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들어 있어서 우리는 핸들과 가속페달을 조종하지 않고도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속도로 차선을 따라가는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하여 장거리 운전에 매우 편리하다.
특히 국내는 과속카메라 단속이 많은 데 자율주행 기능은 초과속도로 주행하다가도 단속지점에서는 감속과 가속을 자동으로 해주어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주행 기능이 있음에도 모든 조종을 자신이 직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데, 그 이유는 기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맞다. 기계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기능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으니 없는 것과 같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대로 가지 않고 자신이 더 잘 안다고 운전하는 사람들과 같다.
신세대들은 기계에 대한 적응력이 빠른 반면에 구세대들에게는 상당한 적응시간이 필요하여 디지털 기기에 대한 세대 차이가 생긴다.
전자렌지와 스마트폰을 전자파의 유해성 이유로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머리에 가까이 대고 통화하지 않고 반드시 이어폰으로만 통화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꺼놓기도 한다.
광우병 사태 때의 지나친 공포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과대 염려는 눈 나빠진다고 TV시청을 제한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에 대한 과잉 신뢰도 금물이고, 보안은 특히 중요
종교에 대한 과잉신앙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특히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는 예방되어야 한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국가들은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기술에 대해서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도 안된다. 해킹 가능성을 경고한 국정원의 보안점검과 망분리와 같은 제안을 무시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
최근 드러난 중국산 타워크레인에 심어진 스파이칩을 통한 보안위협 문제는 CCTV, 로봇청소기, USB, IP카메라, 미니PC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은 와이파이가 내장된 칩하나로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자개표기에 의한 부정선거 가능성도 얼마든지 손쉽게 가능하다.
“부정선거로 의심받는 투표지 분류기에는 랜카드가 장착되지 않아서 외부통신이 단절되므로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은 고의적으로 기술을 모르는 척하거나 왜곡된 답변일 뿐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CPU칩 속에 무선인터넷 기능이 모두 탑재되어 있어서 랜카드는 필요없다.
그래서 모든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선거관련 장비는 공인 검증되거나 직접 제작해서 사용해야만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불법 게임기 매장의 경우 리모콘 버튼 하나로 승률 조작을 하고, 불법 주유소에서도 리모콘으로 정품과 유사석유를 교체하면서 판매한 바 있다.
그러므로 IT장비에 사용된 모든 칩의 설계도와 제조과정을 검증하지 않는 한 절대로 알 수 없다.
“생각은 AI에게” 맡겨야 하는 시대
세상 사람들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시베리아 횡단 철도를 타본 사람과 안 타본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일본인을 나눈다면 후지산을 올라 갔다 왔는지 여부로 구분할 수도 있다. 거리 선교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믿으면 천국, 불신 지옥”이 적혀 있다.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는 기술은 AI에 의해서 극대화되어 현세를 천국으로 만들고 있으므로 적극적 활용이 남은 과제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산다는 것은 문명 이전인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선택은 자유고 불편과 편리로 구분될 것이다.
AI와 기술에 대한 적절한 믿음을 가졌느냐 여부로 미래 사람들은 나누어질 것이며, AI 격차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우리로 하여금 깊은 사고력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었으니 이제 맡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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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