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 에듀컬처]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영어로 ‘Myside Bias’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등과 부합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외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확증 편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들의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믿고 있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확증 편향’의 고착과 함께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가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편향, 좌편향의 그래프 속에 자신을 올무처럼 묶어두고,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한국사회의 위기다.
지난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2020년대에 유튜브 시청이 일반화되면서 우리는 더 많은 정보와 콘텐츠들을 동영상으로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과 유익함 뒤에는 부작용들이 숨어 있다. 이 중에서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피할 수 있는 부작용도 있지만, 피하기 어려운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확증 편향’이다.
‘필터 버블’의 핵심 요소는 ‘추천 알고리즘’
‘확증 편향’이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필터 버블’ 때문이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란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정보제공자가 이용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필터링된 정보만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똑같은 단어를 검색하더라도 ‘누가 검색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파와 좌파가 유튜브에서 ‘대통령’이란 공통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한쪽은 ‘긍정적 대통령’이 나오지만, 다른 한쪽은 ‘부정적 대통령’ 영상이 나온다.
‘필터 버블’의 핵심 요소는 ‘추천 알고리즘’이다. 유튜브는 2016년부터 기존의 추천 알고리즘에 머신러닝 AI 기술을 도입하면서 개인별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고 추천받는다는 것은 매우 편리하고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좋아하진 않지만 도움이 될 내용들, 또는 다른 문화나 정보들을 접할 기회를 아예 차단해버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것이 심각한 이유는 사회의 양분화,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극우, 극좌로 불리는 ‘정치 유튜버’들의 탄생이 대표적 폐해이다. 그들은 상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이용해 특정 정치인을 증오, 혐오하는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지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필터 버블’은 디지털 미디어 경험이 부족한 유소년이나 노년층에게 더욱 빠르게 침투된다는 특성이 있다. 이들은 초기의 정보들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관련 정보들을 반복 시청하면서 ‘확증 편향’적인 자신만의 미디어 세계관을 구축한다.
AI시대를 살아가는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의무
유투브 등의 영상콘텐츠 시청은 ‘음식물 섭취’와 유사하다. 자극적인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거나 편식하는 습관이 건강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처럼,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편견이 강한 시청 습관은 정신적인 균형을 잃게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균형 식단’과 같은 ‘균형 시청’이 필요하다. 이것의 경계선은 불분명하지만, 마지노선은 있다.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무한한 디지털 미디어의 네트워크를 횡단하고 참여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이다.
누구나 실천가능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자극적, 쾌락적인 영상보다 상식적, 미래지향적인 영상을 시청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소통 방식은 지식인들과의 대화, 댓글 참여 또는 시청 후 독서 등 다양하다. 이를 통해 디지털 문법과 디지털 에티켓, 그리고 미디어 트랜드를 습득할 수 있다.
AI시대에 ‘미디어를 제대로 읽는 능력’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정보 조작에 속지 않으며,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은 AI시대를 살아가는 민주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며, 사회 통합을 위한 핵심 요소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의무화하고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가짜뉴스와 ‘확증 편향’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치권의 주요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몇몇 관련 법들이 발의됐지만, 주목받지 못한 채 21대 국회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확증 편향’에 갇힌 사회를 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AI시대를 살아가는 민주 시민이 갖춰야 할 의무다.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법제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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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과학기술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