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 에듀컬처]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이다. 종전에는 12월에 집중돼 있던 송년회가 올해는 11월이 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포문을 열고 있다.
송년회 문화도 이제 많이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음주 중심의 기존 송년회에서 이색 송년회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먹고 마시자’ 일변도의 송년회가 많은 문제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송년회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많이 바뀐 젊은 세대 사이에서 그랬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송년회를 통해 진정한 성찰과 조직 결속력을 다지려 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연말을 친구나 친지들과 어울리며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 풍습이 ‘망년회’로 정착됐다. 우리는 달랐다. 연말이 되면 지나간 해를 반성하고 근신하면서 조용하게 보냈다. 일본 사람들은 ‘망년(忘年)’이었지만, 우리는 ‘수세(守歲)’였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망년회라는 게 없었다. 그런 용어 자체가 없었다.
우리는 새해의 첫날인 설날도 ‘신일(愼日)’이라고 했다. 설날 역시 근신하며 보내는 날이었다. 새해가 되면 첫 쥐의 날(子日)과 돼지의 날(亥日)에는 특히 근신했다. 쥐나 멧돼지 따위가 농작물을 해치지 말아달라고 기원하는 날이었다.
이처럼 연말을 조용하게 보냈던 우리가 망년회를 알게된 것은 일제 때였다. 일본 사람들의 망년회는 점차 우리에게도 퍼지게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식 표현이 불편했던지 이름만 ‘송년회’로 변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 송년회’는 매우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이다.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던게 올해여서 더욱 그렇다. 먹고 즐기는 것보다 좀 더 뜻 깊은 송년회를 한다는 것은 배려와 나눔의 실천이나 마찬가지다. 이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꼭 내세우고 결심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보통사람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직장이나 단체, 조직이 추진하면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다. 실천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말 송년회 대신 회사 동료들과 나눔·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러한 작은 실천이다. 마음을 열고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욕망 덩어리를 조금 비우고 이웃을 돌아보는 배려의 마음으로 실천한다면 사랑의 온도계 눈금도 그만큼 올라갈 게 분명하다.
‘소욕다시(小慾多施)’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참다운 삶을 위해서는 욕심을 적게 갖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스님께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이미 받은 것에 대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보상의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봉사(나눔)를 실천해서는 안 되며, 봉사를 했다고 해서 우쭐거리거나 은혜 갚기를 바라서도 안 되며, 대상자를 가려서도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담긴 지난 해의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희망은 모두 같을 것이다. 잔에 술을 채우듯 지난 해의 모자람은 또 채우면 되고, 건배사를 외치듯 희망은 더욱 힘차게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 ‘송년회’의 진정한 풍경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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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과학기술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