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측 "내부 안전 기준에 따라 현재 생산되는 화장품에는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해명...LG생활건강 측도 "2021년부터 자체 생산하는 모든 품목에서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성분을 제외했다" 설명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국내 뷰티업계의 유명한 화장품 회사들이 공식 온라인몰에서 생식독성(생식기능·생식능력 또는 태아 발생 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 성분으로 분류되는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릴리알)이 함유된 화장품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과 환경 연구단체 등이 화장품 내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을 유해성분으로 지정하고 사용을 금지한 상황에서 해당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가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이 포함된 화장품 관련 국내 실태조사를 수행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1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은 공식 온라인샵인 '아모레몰'(AMORE MALL)을 통해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이 함유된 '아모레퍼시픽 타임 레스폰스 아이 리저브 크림 15ml', '아모레퍼시픽 트리플 디펜스 선 프로텍터 SPF50+/PA++++ 60ml'(품절 상태) 등을 판매 중이다.
LG생활건강은 각 브랜드 공식몰에서 '비욘드 토탈리커버리 바디 에센셜 오일 200ml', '더페이스샵 더 블랙밤 스킨 140ml·로션 130ml', 'fmgt 크리미 터치 립라이너', '수려한 본 초보습 에멀젼 130ml' 등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함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다른 온라인 판매 플랫폼으로 확대하면 양사가 판매 중인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함유 제품 수는 더 늘어난다.
아모레퍼시픽의 '마몽드 트리플 멀티 클렌징 티슈 80매', '미장센 에이징 케어 파워베리 샴푸 680ml' 등이 네이버 오픈마켓과 이마트몰 등에서, LG생활건강의 'VDL 루미레이어 프라이머 30ml'와 '비욘드 토탈 리커버리 클래식 인센티브 핸드크림 100ml'이 롯데면세점, 롯데온 등에서 각각 유통되고 있다.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화장품 사용 시 주의사항 및 알레르기 유발성분 표시에 관한 규정'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물질로, 알레르기는 물론, 접촉성 피부염, 내분비계 교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유럽, 영국 등은 해당 물질을 '사용 금지 성분'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도 2022년 샴푸 제조·판매 사업자에게 해당 물질 사용 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언론을 통해 "내부 안전 기준에 따라 현재 생산되는 화장품에는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다만 금지 기준이 적용되기 전 생산된 제품 중 일부가 재고로 남아 시중에 유통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 측도 "2021년부터 자체 생산하는 모든 품목에서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성분을 제외했다. 언급된 6개 제품 중 fmgt 크리미 터치 립라이너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제로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으나 판매 페이지 상세 내역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fmgt 크리미 터치 립라이너 제품은 ODM사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식약처에서 안전기준으로 개정 행정예고(0.14%)한 기준에 부합하나, ODM사와 처방 관련하여 단계적으로 제외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주권 "소비자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성분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가 필요"
국내에서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함유 제품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식약처가 해당 물질의 소량 사용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을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 분류하면서도 제품 제조 시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의 명칭을 기재·표시하면 제품의 생산·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도 향을 배합하는 목적으로 ‘샴푸’처럼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하는 경우 0.01%, 그 외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는 0.001% 초과 함유하는 경우에 한해 기재하도록 했다. 즉 가정용 세탁 제품에는 기재를 하지 않아도 괜찮고, 화장품에만 표시토록 한 것이다.
소비자주권은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은 불임 유발, 내분비계 교란 등으로 인체 및 태아에 유해한 생식독성 성분이다. 화장품 기업들은 제조 과정에서 해당 성분을 제외하여 생산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은 판매 중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성분을 선제적으로 배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내 화장품 기업들에게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성분을 사용한 제품의 생산·판매를 중지할 것과 이미 판매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라"고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서도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 즉 릴리알을 사용금지성분으로 조속히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성명에 따르면 유럽, 영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릴리알을 ‘사용 금지성분’으로 지정, 제품제조는 물론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영국 제품안전 및 표준사무국(OPSS, Operation Supplement Safety)은 지난 4일 해당 성분이 포함된 모든 화장품을 폐기하라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의 경우 이미 지난2022년부터 이 화학물질을 화장품 금지성분으로 지정했고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환경운동단체인 EWG는 안전등급에서 높은 위험도를 가진 7등급을 부여하였다. 이 등급은 10등급으로 돼 있다. 7~10등급은 자극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에 속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릴리알 사용에 대한 규제가 약한 탓에 해당 물질이 함유된 다수의 화장품이 유통되고 있다.
화장품 성분과 원료 정보를 제공하는 쿠스(coos)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마몽드, 미장센, 설화수, 아이오페, 이지피지, 리리코스, 라네즈, 프라도어, 갸스비, 그라펜 등 주요 국내 화장품 회사 제품에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이 함유돼 판매되고 있다.
그 종류도 스킨케어를 비롯해 클렌징 오일, 샴푸, 핸드크림, 향수, 팩트 등 다양한 종류에서 99개 이상의 제품이나 된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현재 생산되는 화장품에 릴리안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화장품에서 이 성분이 들어간 제품이 유통될 수 있으나 이들 제품은 예전에 생산된 제품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은 상품일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