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자동화 기계와 로봇은 생활필수품
인류는 오랫동안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계와 장치를 개발하는 꿈을 꾸어왔다.
진시황 이전에 군수 이빙(李氷)에 의해 건설된 중국 사천성 성도에 위치한 도강언(都江堰)은 댐을 쌓아서 수문을 수동으로 조절해야만 하는 것과 달리, 인공섬과 터널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자동으로 제어하여 홍수와 가뭄에 대응할 수 있는 토목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늘 홍수에 잠기던 성도를 하늘이 내린 땅(별칭이 天府의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의 저술가 위치우위(余秋雨)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건축물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도강언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에어콘과 세탁기, 밥솥과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은 일상생활에서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준 혁신적인 발명품들이다.
에어콘이 없었다면 사막에서 현대화된 대도시로 변신한 두바이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TV와 스마트폰, 자동차도 중요하며 앞으로 로봇청소기와 반려로봇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발명은 인류를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켰다. 오늘날 산업현장에서도 수많은 로봇들이 활용되어 저렴하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류와 택배, 바리스타와 김밥을 말고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와주는 보조 역할로 거부감이 없이 환영받아왔다.
AI의 위협과 공존의 필요성
AI는 최고의 파괴성 기술로 기존의 모든 발명품과 앞으로 발명될 물건까지 모두 파괴시키고 있으며, 인간 자체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과 AI의 사용에 대해서 논란 중이며, 점차 학교에서는 사용금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추진에 대한 거부운동도 늘어나고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은 상호 공존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혁명적 변화보다는 교과목별로 차등화해서 기존의 책과 공존하는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천년간 쌓아온 문화유적을 단 10년간의 문화대혁명으로 모두 없애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모든 유적을 없앴던 중국은 최근에 사천성 성도의 낙산대불 옆에 동방불도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거대한 석불들을 복제해서 대규모 지하 불교사원을 건축해 놓았다.
여기에는 탈레반에 의해 파괴된 바미안 석불과 유사한 것도 있었다.
현재 한창 개발중으로 곧 등장할 기계는 AI로 무장한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로, 인간이 기꺼이 하고 있어서 넘겨주고 싶지 않은 일조차 더 잘 해낼 수 있어서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2032년이 되면 현재의 직업 90%가 사라진다는 뉴스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은 로봇과 AI가 노예처럼 인간을 대신해서 모든 일들을 하게 되어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염려한다.
한편 일하지 않아도 되는 유토피아가 다가온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이 과정에서 AI와 인간은 일자리를 놓고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국 양궁 승리의 비결은 슈팅로봇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이루어낸 한국 양궁 승리의 비결은 한국양궁협회의 공정한 선수 선발 외에도,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서 특별히 슈팅로봇을 개발해서 훈련에 사용했다 점이다.
이 로봇은 실외 현장의 바람속도를 감지해서 활을 쏘도록 되어 있는데, 로봇일지라도 늘 10점을 쏘지는 못하고 때로는 9점을 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로봇의 큰 장점은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양궁 시합에서는 선수의 심리가 특히 중요하여 경기 중 선수의 심박수도 함께 표시가 되며, 쏘는 순서와 경쟁상대의 점수 등이 심리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감정의 기복이 없는 로봇 선수와 시합을 벌이게 되면 자신도 따라서 감정을 죽이는 훈련이 될 것이다.
이외수의 소설 ‘고수’에서 도박판에서 술수나 잔꾀를 부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승리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나오듯이, 심리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둑기사 이창호는 별명인 ‘돌부처’처럼 바둑 시합에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상대의 기를 제압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장자에 나오는 “태약목계”이야기는 나무로 깎아서 만든 닭과 같이 투계를 기름에 있어서 다른 닭을 보고 흥분하거나 노려보고 투지를 불태우지 않고, 다른 닭이 울고 덤벼도 태
연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야 다른 닭들이 주눅이 들어서 덤빌 생각을 못한다고 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목계를 침실에 두고 수양을 했으며, 후계자 이건희 회장에게도 이 고사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태산과 같이 무거운 마음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큰 경기에서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관중들의 환호와 시끄러운 소음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한 채 과녁에 집중하는 훈련이 중요한 것이다.
로봇과 AI의 인간 능력 극대화
기량이 뛰어난 선수에게는 체계적인 훈련이 중요하다. 오늘날 손흥민 선수가 있기까지는 부친 손흥정씨의 개인 트레이너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단순한 트레이너 뿐이 아니고 인성을 포함한 심리적 훈련까지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로봇처럼 매일 수없이 많은 연습볼을 손 선수에게 보내주어서 오른발과 왼발 뿐아니라
손 선수로 하여금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미래에 이러한 축구 트레이닝 로봇이 개발된다면 모든 선수들에게 효과적인 훈련장비가 될 것이며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즉 로봇은 인간 능력을 극대화시켜서 오직 체력의 한계로 인한 능력에 도달하게 만들 것이다.
이번 양궁에서는 3번 연속 모두 10점을 쏘아도 승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9점을 쏘는 단 한발의 실수로 승패가 가려졌다.
프로바둑에서 바둑AI는 많은 프로 선수들이 배워야만 하는 스승이 되었다.
바둑AI와의 일치율이 중요한 선수들의 평가기준이 되었으며, 올해 초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중일 대표선수들의 농심 신라면배 시합에서 신진서 선수는 결선에 올라온 일본과 중국의 선수들을 5전 전승으로 우승한 바 있다.
그는 바둑AI와의 일치율이 가장 높은 선수였으며, AI의 기력을 배워서 기력이 향상된 것이다.
AI와의 공진화로 얻는 디지털 영생
이제 휴머노이드와 공존하는 새로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려는 즈음에 있다.
휴머노이드는 개인의 디지털 트윈(쌍동이)이 되어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며, 생물체의 유한한 한계를 넘어서 영생하는 인간을 실현하게 해줄 것이다.
한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가치관과 생전의 기록 모두를 저장해서 로봇에 적재하여 부활하는 기술이 곧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옛 고인과 언제라도 대화할 수 있을 것이며 그가 살아있으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진화된 인간을 포스트휴먼이라고 한다. 우선 인간은 생물체로 부활하여 영생하는 것이 아니고 디지털 로봇인 휴머노이드로 영생한다.
물론 언젠가 DNA를 복제하여 만든 인공생물체에 한 인간의 모든 기록을 적재하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생물체로 영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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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