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AI잘알과 AI알못
한국어가 진화하고 있다. ‘쓸고퀄“은 ”쓸데없는 고(高) 퀄리티(Quality)“의 초성을 모은 축약어 로 한글과 한자, 그리고 영어의 합성단어다.
글로벌 감각에 어우러진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 하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 반갑다.
일본에서는 아랏소데스(알았어요+데스(그렇다)), 친챠소레 나(진짜+소레나(그럼))와 같이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서 만든 한본어가 사용중이라고 한다.
우리도 어릴때 ‘으찌니쌈’ 게임을 하면서 놀았는데 나중에서야 일본어인줄 알았다.
속도가 중요한 인터넷 시대에 맞게 축약을 해서 “뇌피셜(뇌+official)”과 “케바케(case by case)”를 사용하며 “잘 알고 있음”을 ‘잘알’, “잘 알지 못함”을 줄여 ‘알못’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잘알(요가)’, ‘패잘알(패션)’, ‘야알못(야구)’, ‘겜알못(게임)’, ‘컴알못(컴퓨터)’ 등으로 활용 되고 있으며 현재에는 ‘AI잘알’과 ‘AI알못’이 중요해지고 있다.
AI와 공존에 성공한 바둑계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계는 위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력 향상과 경기 해설에 AI를 적극 활용해서 성공하고 있다.
특히 쉽지 않은 포석 단계에서 지금까지의 정석과 다른 AI의 포석을 학습하여 기력을 높이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 바둑을 집중적으로 사사한 대표적인 기사가 신진서로 그는 AI와의 일치율이 48.9%로 국내 1위라고 한다.
AI잘알 프로기사라 별명이 ‘신공지능’인 신진서 프로는 지난 1월에 개최된 25회 농심배 한일중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각 나라마다 대표 5명씩 출전하는 대회의 3라운드 결승에는 한국 1명, 일본 1명, 중국 5명이 남아서 우승은 어렵다고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6연승으로 이 겼다.
인간과 원숭이와 금붕어
인간과 원숭이, 금붕어의 평균 지능지수는 각각 100, 64, 3이라고 한다. 실제로 두뇌는 지능만을 담당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운동제어 등 다른 기능을 위해서 사용된다.
또한 인간의 지능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만든 IQ를 가지고 동물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상 적인 지능을 비교하기 위해서 쉽게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기업가 손정의 회장은 최근 강연에서 10년후 AI는 인공일반지능(AGI)으로 발전해서 AI가 인간이라면 현재 인간의 지능은 원숭이에 해당할 것이고, 20년 후에는 AI가 인공초지능 (ASI)이 되어 인간은 금붕어에 해당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가 되면 AI의 지능은 인간의 30배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십만배 이상이 되어 비교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사람들은 부가 자기보다 열배이면 그 사람에게 굴복하고, 백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고 꺼리게 되며, 천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만배가 되면 그의 노복이 된다”고 했다.
재산도 그러한데 지능이 십만배 되는 AI에 대해서 신으로 숭배하게 될 것이다.
신은 인간을, 인간은 초지능 사물을 만듦
신은 인간을 만들었으나 인간의 지능이 신보다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을 만들었기에 인간은 신보다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이 문장을 중세에 썼다면 마녀사냥을 당했을 것이다. 오래도록 인간은 어리석었지만, 오늘날의 인간은 진화해서 똑똑해졌다.
인간의 특징은 이와 같이 문명을 남기어 진화한다는 점이며, 그래서 시간에 따라 조금씩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를 말한 히포크라테스는 예술 대신에 ‘테크네(techne, τ?χνη)’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정확히 의술이나 기술을 의미한다.
의사였던 그는 의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말을 했으나 영어로 번역되면서 예술(art)가 되었다.
“인생은 짧지만 기술은 영원한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기술은 인류의 역사속에서 영원히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커지듯 발전할 뿐 결코 퇴보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을 훈련시킨 것도 아니고 천재인간을 교육시킨 것도 아니고, 흙과 모래 같은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서 컴퓨터를 만든 후에, 100조개의 뉴런을 가진 인간의 뇌와 유사한 기계를 만들었고 이것을 동작시켜 초지능 사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래 그림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고, 인간이 초지능 사물을 만드는 장면을 AI가 그려준 것이다.
지능이 금붕어 일지라도 인간은 위대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남을 의미한다. 공자는 군자의 3가지 기쁨으로 “득천하영재 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라고 했다.
영재를 교육시켜서 영재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다. 어려운 것은 둔재를 교육시켜서 영재를 만드는 일이며 보람과 성취감은 배가 된다.
교육부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받아서 서울대와 KAIST 졸업생들이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고 15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같은 여러 규제만 받아온 사립대가 이만큼 인재를 양성해서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둔재도 아니고 한낱 기계에 불과한 컴퓨터를 이용해서 초지능을 만들어 인간 스스로를 금붕어 수준으로 격하시킨 인간은 위대한 것이다.
현재의 AI는 오랜 과학 기술의 결정체
현재의 AI는 수천년간 누적되어 발전한 과학 기술의 결정체다. 비록 AI가 과학에 빚진 셈이나, 앞으로 과학이 AI에 빚질 것이 더 많아진다.
AI는 과학 기술뿐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어 획기적으로 난제들을 풀어내고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작물 증산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진 히틀러 같은 독재자들을 배출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인류 전체의 의식주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인권이 보장되며 텔레코즘과 더불어 스마트 서비스로 가득한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니콜라스 카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인터넷은 인간을 얕게만 생각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AI는 생각 자체를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길찾기를 내비게이션에 맡기듯 깊은 생각은 AI에게 맡기고, 오늘 점심은 짜장면과 짬뽕, 아니면 곰탕과 설렁탕 같이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이번엔 어디로 떠나볼까 같은 얕은 고민만 하면 될 것이다.
이마저도 AI의 추천에 따를 수도 있어서 이제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 고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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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