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뉴스파이터]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완벽한 투구였다. 공 93개로 완봉승을 거두었다. 시즌 4승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32·LA 다저스)의 승리를 말한다. 4만여 관중들은 작은 나라 한국에서 온 영웅에게 기립박수로 답례를 했다. 이 같은 소식은 우리 전국민에게도 시원함을 선사했다. 나 역시 답답하던 차에 통쾌함을 맛보았다.
류현진은 선동렬-박찬호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니 두 선배보다도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류현진의 승리는 우연이 아니다. 올들어 그가 거둔 성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 가운데 최상위 성적을 올리고 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지 않고는 이런 성적을 거둘 수 없다. 그래서 류현진이 더 믿음직스럽다.
국내외 언론은 영웅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언터처블, 무자비한 괴물 등. 들을수록 기분이 좋다. 어떠한 찬사도 아깝지 않다. 그럴 만한 자격도 있다. 그는 정확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으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른다. 상대 타자들은 헛방망이를 돌리기 일쑤다. 류현진이 ‘괴물’ 투수의 위용을 뽐냈다. 메이저리그에서 6년 만에 두 번째 완봉승을 따냈다. 류현진 자신도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는가.
류현진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겨우 93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나 뽑아냈다. 이번에도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완벽한 제구력을 선보였던 것. 다저스가 9대0으로 이기면서 류현진은 시즌 4승(1패)째를 거뒀다. 다저스 투수가 완봉승을 거둔 건 2016년 5월 클레이턴 커쇼(신시내티전) 이후 3년 만이다. 류현진은 애틀랜타전 4번째 등판 만에 승리를 따내면서 내셔널리그 모든 구단(14팀) 상대 승리 기록도 동시에 세웠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동료들의 지원도 활발했다. 다저스는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강팀이다. 힘있고, 빠른 야수들이 많다. 류현진은 힘으로 맞서는 대신 가볍게 좌우 코너를 찔렀다. 스트라이크와 볼 경계선 부근에 공을 던졌다. 컷패스트볼, 투심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등을 현란하게 뿌리면 수비수들이 척척 잡아내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5회까지 15타자를 상대로 퍼펙트 행진을 하는 동안 투구수는 54개에 불과했다.
다저스 타자들은 맹타를 휘둘러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터너가 홈런 3개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다저스는 장단 11안타를 몰아치며 9점을 뽑아냈다. 타자 류현진도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무자비하게 효율적인 피칭(ruthlessly efficient)을 했다”고 극찬했다. 터너도 “류현진은 과소평가된 투수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위해 크게 애쓸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미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쓸지도 모른다. 그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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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