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가맹본부의 착취와 갑질에 점주들 "죽을 지경"
CU가맹본부의 착취와 갑질에 점주들 "죽을 지경"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9.02.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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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폐점 위약금에 소송 압박까지…“본사만 살찌우는 구조 바꿔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CU편의점주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CU편의점 저매출점포 피해사례를 보고하고 상생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스1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CU편의점주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CU편의점 저매출점포 피해사례를 보고하고 상생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스1

[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편의점 CU (씨유)는 종합유통서비스 기업인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적자, 폐점 위약금에 소송 압박까지 가맹점주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편의점 CU가맹점주들은 작년 11월부터 CU본사(BGF리테일) 앞에서 위약금 없는 ‘희망 폐업’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본사의 무리한 출점 강행으로 매출이 급감해 폐점하려고 해도 5000만원 안팎의 위약금을 감당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점주들은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부터 한 달에 약 85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협상은 본사의 무성의한 태도로 결렬됐다고 밝혔다.

편의점 CU 일부 가맹점주들이 BGF리테일을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CU 가맹점주들은 BGF리테일이 과장·허위 매출액을 제공하며 점포 개설을 권유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CU점포개설피해자모임은 “CU 본사가 점주들에게 CU점포를 열면 하루 매출 150만~180만원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는 최대 66만~120만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무분별한 출점으로 본사 수익은 대폭 증대됐지만 개별 점주의 수익은 감소해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씨유 편의점 가맹점주들과 씨유가맹점주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생연석회의 소속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점주는 빈곤해지고 본사만 살찌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본사와 가맹점주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한 상생협약과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홍씨와 한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씨유점포 개설 피해자모임’을 결성해 지난해 11월부터 편의점 본사인 서울 강남구 비지에프(BGF)리테일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생연석회의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한 상생협약을 강조하는 까닭은 가맹점주들이 처한 위기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편의점 실질매출 추이는,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4명의 점주(이 중 3명이 씨유 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2013년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설명을 들어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편의점 수가 늘면서 본사의 실질매출은 증가했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점주들의 실질매출은 떨어졌다. 이후 상생협약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 등으로 출점이 제한되면서 점주와 본사의 실질매출 증가율이 동반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리제한 규정을 폐지한 이후 과다 출점이 다시 발생하면서 점주들의 매출 증가율은 또다시 떨어졌다고 민주당은 진단했다. 실제 대기업 편의점 3개사(씨유, 지에스25, 세븐일레븐)가 공정위에 제출한 매출자료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매출이 본사의 경우 2007년 4조8천억원에서 2017년 13조7천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가맹점주의 경우 2007년 5억300만원에서 2017년 4억7천만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가맹점주들의 협상력 강화와 최저수익 보장, 희망폐업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이미 민주당 우원식, 이학영 의원 등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돼 있다. 우 의원은 “일본 세븐일레븐은 15년 계약해서 본사가 12년간 최저수익을 보장하는데 씨유 편의점은 왜 5년 계약 중 1년밖에 최저수익 보장을 안 해주느냐”며 최저수익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런 민생법안들을 2월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때 피자업계 1위에 올랐던 미스터피자는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가 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위기를 맞은 직접적인 계기는 횡령·배임이지만 ‘오너 갑질’ 사태가 화를 키웠다. 2016년 정우현 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정 전 회장은 가맹점을 상대로 자서전을 강매하고 보복 출점을 하는 등 ‘갑질 경영’이 드러나자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치즈 통행세’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7월 150억원대의 횡령·배임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치즈통행세, 보복출점, 가맹점 수 부풀리기, 가맹점에 고가의 식재료비와 광고비 부담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편법 경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퇴직자나 청년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면서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가맹점이 급증하고 있다. 양적 팽창만큼이나 가맹본사의 갑질이 드러나면서 피해는 가맹점주한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5237개에 달하며 가맹점 수는 21만8997개, 시장규모는 150조원에 이른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의 검증된 기술 및 사업 노하우, 브랜드 등 무형자산을 가맹점주들과 공유해 성공창업을 지원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기능을 가진 사업모델이다.

하지만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수익배분구조 왜곡으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맹본부의 수익이 2차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해야 하지만 1차 소비자인 가맹점주에게서 발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수익이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반비례하는 업종과 브랜드마저 생겨나고 있다. 가맹본사의 주 수익이 유통마진, 인테리어 공사 수입 등 왜곡된 수익배분구조에 의존하면서 불공정거래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조인동 서울시경제진흥본부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지나친 식자재 마진과 공격적인 출점정책 때문에 가맹점주의 수익보다 본사이익을 우선해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해 가맹본주와 가맹점주가 윈윈하는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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