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59)이 내년 1월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가칭) 회장으로 8일 내정됐다. 손 행장은 지주체제 출범 후 2020년 3월까지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한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 방안을 결의했다. 내년 1월에 설립될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직을 손태승 현 은행장이 2020년 3월 말까지 1년3개월여 동안 겸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손 행장은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지주체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은행장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최대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성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은행 측은 “지주가 출범하더라도 은행의 비중이 99%로 절대적”이라며 한시적 겸직 체제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주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과열경쟁이 심화해 금융당국이 부담을 느끼자 한시 겸임 카드로 임시 봉합을 한 것이란 해석도 만만찮다. 민간 과점주주 쪽에서는 지주회장에 맞는 사람을 처음부터 찾아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분위기가 혼탁해졌다. 이에 향후 1년여는 큰 사업보다는 준비 단계이니 현 행장이 겸임해도 좋겠다는 데 사외이사들의 뜻이 모였다.또 정부 쪽 예보도 1년여 한시 겸임 의견을 내 이같이 결정됐다.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을 18.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 관계자는 “내후년 초 손 행장의 지주회장 도전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그때 인선 과정을 지켜보면 민간 과점주주의 자율경영이나 관치 논란에 대한 판단이 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행장은 다음달 28일 임시 주총에서 지주 회장에 선임될 예정이다. 손 행장은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법학 석사)을 나와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우리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전략기획단에서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은행의 정상화 작업에 참여했고, LA지점장, 전 우리금융지주 미래전략담당 상무 등을 거쳤다. 2014년 은행 글로벌사업본부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2015년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그룹장에 올랐다. 전략과 영업, 글로벌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내부에서는 ‘기획·전략통’으로 통한다.
손 행장은 지난해 11월 초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광구 전 행장의 뒤를 이어 행장에 올랐다. 지난 1년간 상업은행 출신과 노조 등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계파 갈등을 없애고 경영 공백 등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이후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03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3785억원) 대비 38.0% 증가한 것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올린 1조5000억원대 흑자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1월 우리은행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된다. 지주사 이사회는 현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 자회사, 우리카드를 비롯한 16개 손자회사, 증손회사 1개(우리카드 해외 자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우리은행의 지주체제 전환은 2014년 11월 민영화를 위해 지주사를 해체한 후 4년여 만이다.
이날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사회에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 손 행장 등 사내이사 2명,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측 비상임이사 1명 등 8명 전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