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대표이사 이정희)이 개발중인 폐암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이 5일 최대 1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기술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국산 신약의 해외 기술 수출 중 단일 계약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 주가는 상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올해 한미약품(회장 임성기)의 뼈아픈 개발중단을 경험했던 제약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폐암 치료제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이 임상 단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계약을 체결한 독일 제약사가 개발중단과 권리 반환을 결정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탓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폐암 치료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계약금은 5000만달러(560억원)다. 개발 및 상업화 성공 절차에 따라 유한양행은 12억500만달러(1조3400억원)를 얀센에서 받는다. 이는 항암제 단일 기술 수출로선 국내 최대 규모다.
이번 기술 수출의 밑바탕에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깔려 있어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 독점 권리를 갖는다. 유한양행은 국내 상업화 독점 권리를 소유하게 된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양사는 레이저티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용 신약이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전체 폐암 환자의 80%는 비소세포폐암이다.
이번 기술 수출의 밑바탕에는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깔려있다. 유한양행은 2015년부터 바이오 벤처 투자를 통한 신약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 왔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5년 국내 바이오 벤처 제노스코에서 10억원에 사들인 물질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 임상시험 비용을 포함해 그동안 78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바이오 벤처 투자를 통한 신약 기술 확보는 확산 추세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얀센의 폐암 및 항암제 연구개발 전문성을 고려할 때 얀센은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유한양행은 양사간 협업을 통해 폐암으로부터 고통 받는 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선 올해 한미약품의 뼈아픈 개발중단 경험했던 우려 목소리 많아
하지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한미약품의 뼈아픈 개발중단을 경험했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은 앞서 지난 2015년, 폐암 치료제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임상 단계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계약을 체결한 독일 제약사가 개발중단과 권리 반환을 결정한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임상 1상부터 치면 성공률이 2~3% 내외로 내려간다”면서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무지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약품 때도 그랬는데 처음에 기술수출했다고 할 때도 사실 확률은 낮은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기술 수출 계약 소식이 위축됐던 업계에 희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