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우리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제로 은행 지배구조 문제에 정부가 의견을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위원장의 이러한 '알쏭달쏭'식 교묘한 화법으로 금융시장이 헷갈리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그가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정부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이어 같은 자리에서 ‘인사 불관여-의견 개입(간섭)’ 이라는 사실상 이율배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탓이다.
최 위원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자율 경영을 존중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18.4%를 가지고 있고 국민의 재산인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주주로서의 책무를 위해 지배구조와 관련해 의견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며 "어떤 방식으로 정부 입장을 우리은행에 전달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의 겸직 여부 등 지배구조안을 논의한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자율경영 보장을 약속했다. 작년 12월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최 위원장이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정부 개입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됐다.
정무위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 위원장은 1년 전 분명 우리은행은 민영화된 은행으로 경영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최근 우리은행 회장, 행장 겸직 분리 검토를 주장하며 작년과 달라진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운열 더불어 민주당 의원도 "최근 최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은행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유효한 것이 맞냐"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인사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유효하다"며 "정부가 의도하는 사람을 경영진에 앉히기 위한 의사 표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주주로서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대해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은 타당하다”고 “어떤 의견을 어떻게 전달할지는 생각중”이라고 답변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의견을 제시하겠지만 우리은행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회장과 행장 선임을 비롯해 경영과 인사에는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다소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최운열 의원은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고 뒤늦게 기업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간 우리은행 지분매각이 잘못된 전략적인 실수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시 정부가 우리은행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아 모범적인 좋은 시그널을 던졌다”면서 “정부가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의견을 제시하겠다는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최 위원장의 ‘논점 흐리기’ 답변에 대해서 한 금융소비단체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사실상 ‘이율배반’으로 앞 뒤가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면서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의견을 제시하면서 회장과 행장 선임을 비롯해 경영과 인사에는 개입하지는 않겠다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양두구육(羊頭狗肉: 양(羊)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식 발언이나 마찬가지“라고 맹렬히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