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동결했다. 11개월째 연 1.5%를 유지했다, 다음 달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신호가 여러 군데에서 읽힌다.
한은 금통위는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30일 6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 인상된 기준금리는 1.50%에 머무르게 됐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다름 아닌 국내 경제 상황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에 이어 거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할 정도로 전반적인 지표가 악화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 하강의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국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설비투자부문의 경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 위기 이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고용도 여전히 부진하다. 9월 신규 취업자증가 수가 마이너스에서 4만5000명으로 전환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3분기 실업자 수는 106만5000명에 달한다. 고용 전망은 석 달 전에서 반 토막 났다. 지난 7월 올해 하반기와 연간 고용을 각각 21만명, 18만명으로 예상했지만 4만명, 9만명으로 크게 낮췄다. 내년 고용 전망도 24만명에서 16만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미·중 무역 분쟁 같은 대외적인 악재도 문제다.다만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확대로 외화 유출 우려가 커진 데다, 금융과 부동산 시장 불안까지 겹쳐 금리 인상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7월과 8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 가운데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금통위원은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설명회에서 "이일형 위원과 고승범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기존보다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 것으로 해석한다.
미 정책금리 차이의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계속되는 데다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 11월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격차가 1%포인트로 늘어난다. 한미 금리 역전 격차 1%포인트는 마지노선에 가깝다. 다수의 외환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역전 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11월에도 금융안정과 경기 안정을 두고 저울질 해야 한다. 한경연은 "고용 상황의 악화, 시장금리 상승,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국제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등이 성장의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악화로)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부담은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발생에 대한 부담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후에 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