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중 수입의 절반에 달하는 2천억 달러(약 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도 “보복할 수 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 경제대국인 G2간의 힘겨루기가 가열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의 맞불이 계속되면 중국 수입품 전부에 대해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놔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이 종전보다 즉각적이지 않고 수위도 높지 않은데다 미국 내부의 반발도 있어 두 나라가 절충점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미국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6천 31개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개월 남짓 검토를 거쳐 최종 목록을 확정한 뒤 9월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 고위 관리는 8월 20∼23일로 예정된 공청회와 의견수렴을 거쳐 8월 31일 이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5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에 중국이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하자 4배 많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해 재보복하겠다고 경고했는데 이를 실행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확정한 중국산 수입품 규모는 2천500억 달러로 늘었는데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5천55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가량에 대해 관세를 올린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유보하고 있는 2천억 달러가 있고, 그리고 3천억 달러가 있다"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대상이 5천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중국이 이번 조치에 대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사실상 전 수입품을 대상으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위협한 상태다.
이번에 발표된 품목은 앞서 발표한 500억달러 관세 부과 대상 목록처럼 중국 정부의 첨단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을 겨냥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소비재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석탄, 철강, 알루미늄, 화학, 첨단기술 제품에 더해 TV 부품, 냉장고, 기타 가전, 타이어, 고등어 등 식료품, 가구와 목재상품, 야구 글러브, 카펫, 문, 자전거, 스키, 화장지, 뷰티상품, 의류, 골프가방, 담배, 개·고양이 사료, 도난경보기 등이 망라됐다.
▲중국, 대응은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11일 낮 12시10분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의 행위에 경악한다"며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보복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은 "미국이 수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관세부과 대상품목을 발표했는데 이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는 이에 대해 엄정한 항의를 표한다"면서 "미국의 행위는 중국과 전 세계를 해칠 뿐 아니라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성명은 또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무역 체제를 수호할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주의 행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즉시 추가 제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상무부는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산 제품 340억 달러어치에 관세 부과 발표시 즉시 반격한 것과 달리 이날은 구체적인 보복 조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 6일 미국의 발표와 동시에 반대 성명을 냈던 것과 달리 미국 측 발표가 나고 4시간여가 지난 뒤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지난 6일 미국이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부과를 발표한 뒤 나머지 160억 달러의 제품에 대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미국이 2천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 6천 31개에 부과할 관세 부과대상 리스트를 발표하자 당황해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내 반응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국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한의 고통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최소한의 고통을 주겠다는 약속을 깼다"며 "지금은 미국 가계가 벌을 받는 대상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감세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미국 상공회의소도 "관세는 명백하게 세금이다. 추가로 200억 달러 어치 (중국산) 물건에 세금이 붙으면 미국 가정, 농부들, 노동자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물품의 가격이 인상된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