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광모 상무(사진)가 LG그룹의 새로운 선장이 됐다. 만 40세인 구 상무는 지난달 타계한 아버지 구본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주사 (주)LG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4세대 경영’, ‘40대 총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주)LG는 29일 오전 9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구광모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한데 이어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주)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1995년부터 시작된 23년간의 전임 구본무 회장 체제가 마무리됐다.
LG는 선대 회장 때부터 구축한 선진화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이어가며 계열회사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 체제를 유지한다.
(주)LG는 구광모 회장과 현재 대표이사 겸 COO(최고운영책임자)인 하현회 부회장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구광모 회장은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그룹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본무 회장 와병 중에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했던 구본준 부회장은 이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연말인사에서 정식 퇴임한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본다. 그룹 내 변화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2004년 양자로 들이며 LG가 후계자가 됐다.
서울 경복초교, 영동고교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한 구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잠시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 근무했던 그는 이후 LG전자 미국법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등을 거쳐 올해부터는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2B사업본부의 정보디스플레이(ID)사업부장을 맡았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이날 지주사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것을 '신호탄'으로 그룹 내 사업 재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가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 로봇, 전장사업 등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 회장은 이날 “그 동안 LG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주)LG는 이날 임시 주총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