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은 ‘퇴진외압’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통신적폐1호’라는 딱지가 붙은 황회장은 국정농단사태에서 ‘최순실 부역’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권오준 포스코 전 회장이 지난 4월 퇴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도 황 회장은 지은 죄가 없다며 의연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이제는 신변을 정리할 때라는 분위기가 무르익었는데도 황 회장은 ‘외유’길에 나서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기본적으로 KT를 경영해오면서 회장자리를 물러나야할 정도로 크게 잘못한 점이 없다는 인식이 뿌리깊어 ‘버티기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 정권을 포함한 외부세력이 국정농단사태 연루 등과 관련 퇴진압력을 가하는 것은 부당한 횡포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전 정권아래서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기업주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며 자신에 대한 퇴진압력에 굴할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다. 현 정권이 KT 회장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자기사람들을 채우기 위해 끝임 없이 자신에 대해 퇴진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과연 황 회장은 사내·외에서 사퇴요구를 받을 정도로 경영실책이 없었을까. 물론 황 회장은 취임후 개혁과 구조조정을 단행 KT의 부실을 덜어내고 상당한 실적개선을 이뤘다. 그렇지만 이런 공적은 그의 경영실패에 비추어 너무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의 국정농단연루, 비리 횡령혐의 등은 KT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성장동력의 급속한 실속을 초래했다.
무엇보다도 황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신적폐1호’로 지목되면서 리더십을 상실, KT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KT안팎에서는 외압이 아니더라도 황 회장의 퇴진은 시간문제로 보았다.
KT 민주화연대 등은 황창규 회장을 서슴없이 적폐의 중심으로 꼽는다. 말할 것도 없이 그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히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권 때 삼성측의 로비로 낙하산 KT의 회장으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진 황 회장은 미르-케이(K) 스포츠재단 출연에 18억 원을 불법으로 지원했다. 한술 더 떠 황 회장은 최순실씨 측의 요구를 받고 차은택씨의 측근이었던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KT의 광고담당 임원으로 임명했다. KT인사질서가 하루아침에 엉망진창이 된 셈이다.
황 회장의 자리보전 차원의 부역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순실·차은택씨가 설립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물량을 몰아줬다. KT광고물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68억원의 광고를 몰아 준 것이다. 특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안종범 전 경제수석→황창규 회장’ 순으로 최순실씨의 요구사항이 전달됐다. 황 회장은 최순실이 KT광고를 쥐락펴락하도록해 KT에 큰 손실을 초래하는 일종의 배임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다.
촛불민심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부역한 자들을 청산돼야 할 ‘적폐’로 규정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의당 촛불민심을 거역할 수 없는 입장에 있어 퇴진이 예상됐다. 그러나 황 회장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역하면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KT 회장이라는 ‘단맛’에 단단히 취해 사리분별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다.
황 회장은 횡령 비리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회장자리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참여연대 등의 발표에 의하면 황 회장은 수십 명의 임원들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 돈에 손을 댔기에 이는 횡령과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참여연대 등은 지적한다. 이들은 "황창규 회장 수사는 단순한 비리사건이 아닌 적폐청산의 큰 시금석"이라고 강조했다.
KT 새노조는 최근 경찰이 황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과 관련, 황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난 뒤 자연인으로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황창규 회장은 경영 실적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보다는 온갖 정치 줄 대기로 회사 공금을 최순실 재단, 국회 등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로비해왔다. 아무런 반성 없이 계속 교묘한 언론플레이로 피해자 행세하며 버티기로 일관했고, 그 결과 회사는 더욱 망가져왔다”고 비판했다.
KT 새노조는 이사회가 황 회장의 비정상 경영을 행태를 견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방조해 CEO리스크를 자초하고 말았다면서 △황창규 회장이 즉각 회장직을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하며 △KT이사회는 지금까지의 적폐경영 부역을 크게 반성하고 KT새노조의 면담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황 회장 취임 이후 KT가 공기업으로서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국민기업'이 아닌,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의 대표로 몰락했다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를 비롯한 사내직원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KT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KT노동조합 선거에서 노조위원장 후보를 출마시켰고, 계열사인 케이티에스(KTS) 노조선거에도 입김을 불어넣은 것.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과 고용노동부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참여연대는 황 회장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처럼 국정농단사태를 전후해 KT를 이끌어오면서 ‘최순실부역’ 등으로 사실상 책임경영을 방기하고 최근에는 횡령 및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이 법 위반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최순실 부역’에서 여실이 드러났듯이 KT를 외풍에서 지켜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인사, 영업 등에서 회사의 기본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무책임경영의 전형을 보였다. 거기다가 비리횡령혐의로 수사당국을 오가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이미 KT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철처한 수사를 통해 적폐경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함성은 더욱 드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꿀단지’ KT수장자리를 결코 놓을 수 없다면서 필사적으로 ‘항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떠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며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경찰의 영장 신청과 관련해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 대해서도 성실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황 회장 사전에 퇴진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