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대출금리조작에 대해 직원들의 단순한 실수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많은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대출금리를 조직적,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전문가들은 이번 은행들의 금리과다산정 수법은 가히 ‘사문서위조 사기’와 다를 바 없을 정도여서 결코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다. 일례로 대출창구 은행직원이 연봉 8300만원인 직장인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연소득이 없는 것으로 하고 가산금리를 0.5%포인트 더 매긴 것을 은행직원의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있느냐고 이들은 묻는다.
대출이자산정 등 대출업무에 정통한 은행직원들이 금리를 산정하면서 소득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수익극대화를 위해 조직적으로 대출금리를 이같이 산정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아니면 유능한 은행직원이 금리를 이같이 엉터리로 산정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아도 이번 은행들의 대출금리 과다산정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 한 은행은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무담보로 처리해 2.7%포인트나 높은 이자를 매겼는데 과연 이것이 업무착오일까.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사기행위나 다름없다. 신용등급이 올라 금리인하를 요구한 경우는 이유 없이 우대금리를 줄이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를 실수라고 여길 수는 없다.
널려 있는 은행들의 조직적 금리과다산정 사례들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는 K모씨는 “직원의 단순 실수로 (은행 전산상에) 담보가 없는 사람에게 담보대출이 나갈 수 있다는 구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이번 금리조작사태는 은행들이 고의적으로 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은행들은 돈벌이에 급급해 조직적, 고의적으로 금리를 조작하면서까지 원리금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 가계를 등친 셈이다. 은행들이 지난 2012년 공동으로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은행들은 대외적으로는 이 모범규준에 따라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오차가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뒷전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고 대출금리를 멋대로 산정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조연행 )은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의 소득을 과소평가하거나 담보를 누락하는 등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금리를 조작’ 하여, 소비자를 속인 것은 업무 실수나 과실이라기보다는 ‘고의적 행위’로, 금융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금소연은 따라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금리조작을 반드시 전수 조사하여 실상을 철저하게 명백히 밝혀 가담 은행과 직원을 일벌백계로 처벌하고 피해소비자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고 주장했다.
금소연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조직적으로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의 은행은 정보의 비대칭성, 거래 관계상 우월적인 지위에서 금리를 산정하고 있으며 영업기밀이라면서 가산금리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는데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소비자는 산출된 금리가 본인의 정보를 정확한지 반영되어 산정되었는지 확인이나 검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은행들이 산정한 금리를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바로 이점을 악용하여 서민가계에 이자폭탄을 안겼다.
갈수록 거세지는 금융소비자들의 분노…금융당국 뒤늦게 대책마련에 '허둥지둥'
은행들의 추악한 도덕성을 본 금융소비자들의 분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출금리 과다 산정 파문 이후 일선 은행 창구에는 고객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나에게 적용된 대출금리가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언제, 얼마만큼 환급해주는지 등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은행고객은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먹고 산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상도의를 저버린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대출이자가 제대로 산정됐는지를 확인해 줄 요청했다. 한 대출자는 “은행들이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며 “공익성을 더없이 중시해야할 은행마저 사기를 치면 우리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개탄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국민들의 국민들의 분노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 고객 사과문을 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모습이다. 대출창구직원들은 금리조작관련 고객들의 질문에 일부 대출 건에서 업무상 실수가 있었고 전체 대출 건수와 비교하면 아주 일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출금리 과다 산정에 대해 대부분의 은행들은 “일부 직원의 실수에 불과한 사안”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출 담당 직원은 “주로 신입들이 대출업무를 처음 맡으면서 입력할 내용을 실수로 누락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대출자 정보를 직원이 수기로 입력하면서 발생한 실수라는 것이다.
대출금리 과다 산정 파문이 커지자 책임론에 몰린 금융당국이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 과다 산정 파문이 커지자 은행을 상대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은행 10곳에 이어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4곳의 대출금리 책정 과정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 영업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소비자가 금리 산정 내역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금리조작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해 취한 조치라야 매우 소극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은 금리조작 은행이 어디인지,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저 은행들이 최근 5년간 대출분에 대해 자체적으로 전수 조사한 뒤 더 낸 이자를 환급해 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금융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발표 당시 ‘재발 방지’에 무게를 둔 채 금융기관 제재는 어렵다며 금융소비자들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하는데 진력하기 보다는 은행들의 이권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시민단체로부터 ‘한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소연은 “이번 금리조작은 은행이 자기에게 가장 좋은 금리를 제공하였다고 믿는 금융소비자들의 신뢰감을 상실시키고 금리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배신행위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리산정 체계를 객관화, 투명화, 합리화하고, 어떤 정보가 반영되어 신용등급이 정해지고 금리가 산정되었는지 금융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