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carrot & stick)-. 한손에 꽃을 들고 회유하면서 다른 한손에는 칼을 들고 위협하는 것은 동기부여의 수단이다. 어루고 달래는 식의 '밀당'을 당근과 채찍이라고 한다. 당나귀를 다룰 때 당근은 어루꾀는 것이고 채찍은 채근을 하는 것이다. 당나귀를 계속 달리게 하기 위해 눈앞에 당근을 매달고 채찍을 휘두른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지난 달 8일 취임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한 달을 앞두고 'CEO철학'을 드러냈다. 정책과 현장, 업계와 소비자 간의 ‘조율사’ 역할이다. 한 손엔 ‘당근’을 , 다른 한 손엔 ‘채찍’을 드는 강온 양면전략이 드러남 셈이다. 윤 원장은 은행연합회장 등 6개 금융협회장과 4일 진행한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정부정책 지원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회사들에 영업행위 관련 윤리의식 제고를 요구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고객에 앞서 스스로(금융사)가 우선 위험을 부담하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금감원의 검사ㆍ감독에도 여전하다는 진단 끝에 나온 주문이다. 각 금융협회는 금융소비자의 알권리 강화 등을 담은 ‘영업행위 윤리준칙’을 이달 이후 내부규범에 반영해 시행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정책에 잘 따르는 곳엔 점수를 후하게 주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에 금융권이 직ㆍ간접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금융감독원도 공정한 채용문화 확립, 일자리 창출, 소비자 권익 증진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사에 대해 이를 경영실태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의 노력을 격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하급자를 다룰때 당근과 채찍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윤 원장도 금융회사들을 다룰 때 이 방법을 적절히 원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은 10명중 9명은 당근과 채찍 전략에 긍정적이라고 한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10명중 9명은 이 전략에 부정적이다. 당근과 채찍에는 '크레스피 효과(보상과 벌점 강도가 점점 강해져야 일의 수행 능률이 계속해서 증가할 수 있다는 이론)'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성과 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이다. 중단기 기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뽑아낼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 시사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최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 “회담이 열리면 열리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다음 단계로 들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다음 단계’는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즉 북한 측에 정상회담 결렬 시 더 강력한 제재가 실행될 것이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학자출신인 윤 원장이 업계와 소비자 간의 ‘조율사’ 역할을 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할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