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 신임 회장이 취임 이후 각 자회사를 찾아 간담회를 갖는 등 첫 현장 행보에 들어갔다. 자회사별 경영현안과 주요이슈 등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취지다.
15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농협은행과 손해보험을 방문한 데 이어 21일까지 7개 자회사를 모두 방문할 예정이다. 현장경영간담회는 금융지주 회장이 각 자회사를 방문해 자회사 경영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다.
하지만 이날 김 회장의 농협은행 방문은 ‘과잉의전’과 '황제행차'논란으로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간담회를 준비한 농협은행측이 김 회장의 방문에 앞서 초대형 환영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마치 김 회장의 ‘대통령급 행차’를 방불케 하는 환영을 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문재인 대통령도 약식 취임식 행사..김광수 농협금융회장 '황제급 의전' 국민 눈높이 안 맞아"
금융권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후 계열사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일이 종종 있으나 농협은행처럼 ‘신임 금융지주 회장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초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환영행사를 하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이날 업무보고 때 방문한 김 회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 그리고 수십명의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당에서 찍은 대형 사진을 각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해 5월 국회의사당에서 약식 취임식으로 임기를 시작한바 있다”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금리 및 물가상승, 취업대란으로 경제가 어수선한 가운데 농협은행이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광수 농협금융회장을 위해서 이처럼 ‘대통령급 행차’를 방불케 하는 환영행사를 벌였다는 것은 허례허식을 지양하는 실용주의 시대정신이나 국민들의 눈높이, 일반인들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다른 금융권 당국자는 “농협은행이 100% 국내자본으로 설립된 순수 민족자본 은행으로서 전국 최대 점포망을 갖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과잉의전과 허례허식을 버리고 이런 경비를 아껴서 농협이 고객 중심의 경영으로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은행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때가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지난 해 12월 29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농협 본연의 가치구현 ▲사업 기반 확대를 통한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 강화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신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미래금융 선도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조직문화 구축 등 농협은행이 나아가야할 방향 다섯가지를 제시했다.
이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닦는 자는 흥하리라"는 톤유쿠크의 비문을 인용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자"며 "전직원이 다 같이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 '아시아 최고의 협동조합 은행'을 만들어 나아가자"고 말했다.
"농협은행, '모피아' 상전이던 김 회장에 아부 말고, 농민-금융소비자들 위한 서비스 향상에 주력해야"
한편 김 회장은 ▲14일 NH농협생명 ▲15일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 ▲16일 NH투자증권 ▲17일 NH아문디자산운용 ▲18일 NH저축은행 ▲21일 NH농협캐피탈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현장경영간담회에서 자회사 CEO와 상무, 부서장, 실무장 등과 함께 고객 가치 중심 경영을 비롯해 수익성 확대를 위한 경영전략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어 2단계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전국의 영업점 방문에도 나설 예정이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를 본격 시작했다. 그는 취임식에 앞서 노동조합을 찾아 현장과 직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취임식 당일에도 취임식에 앞서 노동조합을 방문해 현장과 직원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의 소통·현장중심 경영철학이 우리나라 대표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농협금융 목표에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제시했던 농업인의 버팀목, 고객신뢰, 협업, 혁신의 4대 경영키워드를 중심으로 '범농협수익센터'로서의 농협금융의 역할을 자회사에 주문했다"면서 "농협은행이 '모피아'출신으로 과거 상전이던 김 회장에게 쓸데 없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아부하지 말고, 농민과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서비스 향상에 주력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