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혹시나'가 '역시나'” 실망 속출
취임 5개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혹시나'가 '역시나'” 실망 속출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8.04.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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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등 땅에 떨어진 은행권 위상 세우려 ‘노심초사’ 불구 ‘역부족(力不足)’ 지적 잇따라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 해 12월 1일 취임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은행권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으나 취임 5개월을 앞두고 ‘역부족(力不足)’이라는 업계의 지적이 적지 않다.

하영구 전임 회장에 이은 민간출신인 김 회장은 관료출신에 비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다. 반면 이번 채용비리 사태처럼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을 방문해도 터놓고 얘기할 상대가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규제에 대해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김 회장이 오랫동안 금융업에 종사해 온 만큼 은행연합회장으로서 누구보다도 은행들의 현안과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비관료 출신인데다 은행권에 산적한 현안이 많아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은행권 일각에서는 업계 출신 은행연합회장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이익단체인 협회의 존속 문제까지 거론하는 회원사가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업계 출신 김 회장 현안 파악능력은 긍정적..비관료출신으로 산적한 현안 놓고 리더십 '미흡' 평가

그동안 은행연합회는 반복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정정공시 논란으로 지탄을 받아 왔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코픽스 공시오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부통제 표준절차 마련 등을 골자한 ‘코픽스 신뢰성 제고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공시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또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금리체계에 대해서도 개선 요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금리시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은행들이 금리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디지털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력 강화와 해외사업 진출 등을 위해 금융당국과의 협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시중은행은 민간회사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시·감독 아래 금융산업 발전, 금융공공성, 소비자보호라는 핵심가치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은행연합회가 은행들의 이익대변에 그치지 않고 은행, 금융당국, 소비자단체간 중재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은행권의 대변자로서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목소리’ 없는 은행업 대변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자조섞인 얘기가 은행권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흘러나온다.

아울러 김 회장은 ‘부금회(부산출신 금융인 모임)’ 등 선임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의혹들이 향후 임기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실 김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발탁됐을 때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차기 회장 후보로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유력 민·관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도 김 회장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은행연합회 수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정부 인사, 부금회, 임종록 전 금융위원장과의 친분 등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김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금융경제위원회 공동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래서 친 정부 인사로 꼽힌다. 또 김 회장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에서 부금회의 후광을 입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 회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부산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금융권 CEO에 올랐다. 이를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채용 모범규준안 만드는데  '허송세월'..김 회장, 우유부단한 모습 보이며 '늑장대처' 그쳐

한편 은행연합회는 올 1분기에만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부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지금은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공동인증 서비스 시행 규정 등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은행들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최근 은행권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논의를 시작했는데 각 은행의 사례 등을 반영해 다양성과 유연성을 감안한 모범규준안을 내놓을 것”이란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는 채용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데 날밤을 지새우고 있다. 은행들은 연합회가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채용비리 해결사'를 자처한 김 회장 주도로 올 초 은행연합회는 채용 모범규준을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모범규준 제정 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모범규준이 나오길 기다리던 대다수 은행은 상반기 신규 채용을 중단했고 취업준비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은행권의 고용한파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연은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TF를 구성한 뒤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김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산업·NH농협·KB국민·신한·KEB하나·우리·IBK기업·SC제일·한국씨티·BNK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실무진과 함께 임원자녀 가산점, 블라인드 부실 운영, 내부통제 미흡 등 개선안을 논의했다. 은행의 채용비리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된 만큼 채용 모범규준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다.

검찰의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TF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회원사들은 채용기준 항목 산정에 여전히 이견을 보이면서 모범규준 발표일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TF에 참여한 회원사들은 임원추천제 금지, 성차별 고용관행 개선안을 모범규준에 담는 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채용프로세스와 문화가 달라 정형화된 항목을 모범규준에 넣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정 입사자를 제재하거나 피해자를 구제하는 등 채용비리 사후조치 항목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달 공공기관인 강원랜드는 채용비리 입사자 198명의 채용을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은행은 향후 민사소송 등을 우려해 부정입학자 조치를 법원의 최종판결 뒤로 미룬 상태다.

회원사들, "김영태 회장의 ‘거북이 은행연합회’ 체제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능동적-효과적 대처 못해"

김 회장은 은행별 각기 다른 재량과 유연성을 강조하며 채용 모범규준 발표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올 초 간담회에서 “모범규준을 만들어 빠른 시일 안에 채용비리 사태를 봉합하겠다”고 밝혔던 입장과 달리 여전히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며 '늑장대처'에 그치고 있다.

은행연 관계자는 “채용 모범규준은 검찰과 금감원이 조사한 사례를 검토해 원칙과 기준점을 만들고 은행별 상황에 따라 접목해야 한다”며 “일러야 6월에 모범규준 초안이 나올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다음 달이면 하반기 영업전략을 세워야 한다. 서둘러 채용비리 사태를 수습하고 주가도 회복시킬 수 있는 영업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김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만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회원사들의 불평과 불만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김기식 원장의 낙마로 금융당국 수장 공백상태가 장기화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은행연합회가 은행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현안에 신속히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김영태 회장의 ‘거북이 은행연합회’ 체제로는 각종 변화에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 회원사들의 중론”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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