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장 치열 속 글로벌 IT기업과의 경쟁 심화...네이버, 글로벌 AI경쟁서 살아남을지 여부 주목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7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했다.
이 창업자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로 선임, 전 세계 정보기술(IT) 격전지로 부상한 인공지능(AI) 시장을 놓고 네이버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려 온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회사 사업에만 매진하겠다”라며 이사회 의장자리에서 내려왔고, 이듬해에는 19년 만에 등기 이사직도 내려놨다.
그동안 글로벌 사업과 투자 전략에 집중하며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서 있었던 그가 다시 돌아온 이유는 바로 급변하는 AI 패권 경쟁 속에서 네이버가 살아남기 위해 직접 지휘봉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해진의 경영 복귀에 따라 향후 네이버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성장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물론 그가 그동안 막후 권한을 행사해 온 게 현실인 만큼 표면상의 경영 복귀가 주가 띄우기 등 이미지 효과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는 생성형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X'를 통해 글로벌 테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전 모델들이 빅테크 기업들이 선보인 AI 모델들에 비해 성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를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은 그동안 AI 기술 패권 경쟁 등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지난해 5월 서울 AI 정상회의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한 구절(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을 인용, 다양한 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AI 경쟁 초창기 거대 언어 모델(LLM)을 자체 개발해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시장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인지도나 사용자 수에서도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딥시크 등에 밀린다.
네이버는 검색, 광고, 커머스, 지도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정밀하게 타겟팅된 AI를 적용해 탐색부터 경험까지 일상에서 AI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오는 27일에는 AI 검색 서비스 'AI 브리핑'을 출시할 예정이다. 'AI 브리핑'은 사용자가 요청한 질의에 대해 정리·요약된 검색 결과를 제시, 출처를 명확히 표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네이버는 2024년 창립 25년 만에 ‘10조 클럽(연 매출 10조원 이상)’에 입성했다. 국내 플랫폼 및 인터넷 기업으로는 최초다. 검색과 커머스 등 핵심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2024년 매출은 10조7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9% 늘어난 1조9793억원을 기록했다.
AI 기업의 가치 폭등은 중국 딥시크 충격 이후 업계 투자가 위축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반대다. 최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은 산업 선점을 위해 100조원 안팎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흐름을 두고 “딥시크 돌풍이 AI 투자를 부추겼다”라고 전했다.
네이버는 과거에도 야후와 구글이 지배하던 검색 시장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며 성장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지금의 AI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글로벌 IT 기업들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하는 가운데 네이버가 과연 글로벌 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해진이 직접 지휘봉을 잡은 만큼, 네이버의 향후 AI 전략이 국내 IT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색의 시대가 저문 것이 아니라 더욱 확장되고 커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과연 AI 시대를 맞아서 네이버가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어떤 생존카드를 내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