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추진하기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달성에 이정표 역할을 해줄 평가지표가 유엔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학자의 주도로 개발됐다.
9일(현지시간) 유엔 사회개발연구소(UNRISD)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4년간의 연구를 거쳐 세계 각국정부와 기업들이 SDGs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를 점검하는 새 지표인 지속가능발전 성과지표(SDPI)를 개발했다.
SDGs는 2015년 제70차 유엔 총회에서 각국 정상들이 2030년까지 15년간 함께 추진할 인류 공동목표로 채택한 것이다.
세계인의 가난 탈출과 배고픔 해소, 건강한 삶 보장, 양질의 교육보장, 양성평등 달성, 위생적인 생활보장 등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가 설정돼 있다.
이전까지의 유엔 개발목표와 달리 경제가 어려운 나라 뿐아니라 선진국에도 적용돼야 하는 일종의 국제적 규범으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벌이면서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큰 기업의 역할이 중시된다.
문제는 SDGs 이행상황을 평가하는 기준이 제각각이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평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각국과 기업들이 SDGs를 위해 어떤 점을 더 보강해야 할지가 분명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목표이행도 잘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 사회개발연구소는 SDPI라는 새 지표를 개발했다. 4년간의 연구개발을 주도한 책임자는 이 연구소의 선임연구조정관인 이일청 박사다.
그는 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웠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고 이를 달성하려는 각 사회의 열의는 약해지고 있다"며 "목표를 달성할 수단을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개발배경을 설명했다.
전 세계 24개 기업과 일부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시범테스트를 거쳐 만들어진 새 지표는 기존 평가지표들이 쓰던 점증주의적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맥락주의적 평가방식을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가령 특정기업이 연간 물을 200t씩 쓰다가 올해 100t을 썼다면 점증주의적 관점에선 물 사용량을 절반이나 줄이는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새 지표에선 관점이 달라진다. 이 기업이 속한 지역의 강수량과 주민 물소비량 등을 따져 해당기업의 적정 물사용량이 최대 50t이라고 보고, 아직도 목표사용량까지 50t을 더 줄여야 한다는 평가가 도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점을 180도 바꾼 새 지표를 유엔이 개발하기까지 연구팀을 이끌어온 이 박사는 14년 전인 2008년 유엔에 발을 들였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서 국제개발과 사회정책 분야를 강의했다. 일본 규슈대 교수로 재직할 때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국립대에서 정년보장(테뉴어)을 받기도 했다.
종신교수로서 안정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주류담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유엔 사회개발연구소의 목표에 도전정신을 자극받아 자리를 옮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박사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환경부 주관으로 열리는 2022 'ESG 친환경 대전' 행사에 참석해 유엔의 새 평가지표를 소개한다. 새로 개발한 지표를 온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SDGs를 달성하기 위해 이전의 관행을 바꾸고 대안적인 생각으로 노력하길 바라는 게 새 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생각"이라며 "우리나라 정부도 SDGs 달성을 위해 좀더 열려 있는 자세로 새 지표를 받아들여서 소화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