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심사제 추가손질…분양가 합리화 방안 발표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수도권 신규주택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 분양가에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이자와 상가세입자 영업손실 보상비, 조합 운영비 등이 추가로 반영된다.
또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는 자잿값 급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수시로 조정한다.
아울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의 심사기준과 배점 등은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
이같은 분양가 상한제 개편으로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현재보다 1.5∼4.0% 인상될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분양가 제도운용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선정한 국정과제이다. 당초 하반기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서울 등 주요지역의 정비사업 조합들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을 미루면서 도심의 신규주택 공급이 막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발표시기를 앞당겼다.
국토부는 앞으로 상한제 적용대상인 정비사업장의 분양가 산정시 세입자 주거이전비와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소송비, 기존거주자 이주를 위한 금융비(이자), 총회운영비 등도 일반분양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은 공공택지와 달리 총회개최, 기존거주자 이주·명도 등 토지 확보과정에서 부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행 분양가상한제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부작용이 드러나자,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적인 비용은 합리적으로 반영키로 한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신규분양 아파트의 가격안정을 위해 주택 분양시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의 적정이윤을 보태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이하로 분양토록 한 제도이다. 보통 분양가는 주변시세의 60~80% 수준에서 책정된다. 현행 서울 309개 동과 과천·하남·광명 13개 동이 대상이다.
국토부는 또 분양가상한제 대상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의 경우 자잿값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수시 고시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본형건축비는 매년 3월1일과 9월15일을 기준으로 두차례 정기고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고시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철근·레미콘 등 주요자재의 가격이 15% 이상 변동된 때에는 이를 반영해 다시 고시할 수 있다.
국토부는 현재 주요자재로 선정된 4개 품목(레미콘·철근·PHC 파일·동관)을 공법변화와 사용빈도 등을 고려해 5개(레미콘·철근·창호유리·강화합판마루·알루미늄거푸집)로 개편한다.
아울러 기본형건축비 상승률 산정방식도 개선해 최근 고시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도 건축비 비중상위 2개 자재(레미콘·철근) 상승률의 합이 15% 이상이거나, 비중하위 3개 자재(유리·마루·거푸집) 상승률의 합이 30% 이상인 경우에는 기본형건축비를 재산정해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철근값이 10% 오르고 레미콘값이 14% 오른 경우, 현재는 기본형건축비 인상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민간택지의 택지비 산정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택지비검증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간 부동산원이 단독으로 심사를 진행하면서 '깜깜이 심사' 논란이 제기돼 온 만큼, 검증위원회를 통해 택지비 검증을 투명화하는 동시에 심사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토부는 이밖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시 '자재비 가산제도'를 신설해 자잿값 급등에 대응키로 했다. 현행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신규단지 분양가격을 심사할 때 인근단지의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자잿값 등 원가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자잿값이 단기급등한 경우 급등분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한다. 자재비 가산비율은 최신 건축비 상승분에서 최근 3년 평균건축비 상승분을 뺀 뒤, 분양가의 통상건축비 비율인 40%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과정에서 시세비교를 위한 '인근사업장'의 기준은 준공 20년내 단지에서 10년이내 단지로 변경된다.
아울러 고분양가 심사의 평가기준과 배점도 모두 공개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결과 통보 7일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기존단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 분양가상한제 제도 개선으로 분양가가 1.5∼4.0%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자잿값 상승을 반영해 기본형건축비가 인상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HUG 고분양가 심사제 개선을 통해서는 0.5%의 분양가 상승효과가 예상됐다. 여기에다 최근 자잿값 상승분(0.5%)을 반영하면 분양가는 1.0%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분양가상한제는 공동주택 분양가 개정 규칙 시행전까지 입주자 모집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모든 사업장에 대해 적용된다.
◇"둔촌주공 84㎡ 분양가 2500만원 오를 듯"
A건설사가 바뀐 기준을 적용해 경기 광명시 철산동의 한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시뮬레이션 결과, 3.3㎡당 38만원의 분양가 인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용 84㎡ 아파트 기준으로 분양가 총액이 1255만원가량 오르는 것이다. 당초 예상했던 이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인상효과는 1.5% 수준이다.
여기에다 이번 기본형건축비 예상상승분(0.5%)을 합해도 2%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일반분양 면적이 40만6000여㎡(약 12만3000평, 4786가구)에 달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의 경우를 보자.
앞서 부동산원의 택지비 평가를 통해 예상된 일반분양가가 3.3㎡당 3700만원 선인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정부 예상평균치인 2%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3.3㎡당 74만원이 상승한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약 2500만원가량 오르는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전체 일반분양 수입이 총 910억원이 늘면서 조합원 1인당 약 1500만원의 수익 또는 분담금 인하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실제 분양가 심의결과는 이와 다를 수 있다.
하나감정평가법인의 오학우 감정평가사는 "이번 조치로 재건축보다는 재개발 사업성이 좀더 개선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4% 이하의 인상률로는 재건축 단지 분양을 활성화하긴 어렵다"면서 "최소 지금보다 10%는 인상돼야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의 70% 이상을 택지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중이 낮은 건축비와 택지가산비 미세조정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땅값을 올려주지 않는 한 큰 인상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택지비검증위원회를 신설해 그간 한국부동산원 단독으로 시행하던 택지비 검증과정에 외부전문가와 해당단지의 땅값을 평가한 감정평가사의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기로 함에 따라 일부 택지비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분양가상한제 제도개선의 '1순위' 과제로 부동산원의 택지비 적정성 평가제도를 폐지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부동산원이 택지비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교사업장(표준지) 선정과 평가금액 적정성 등을 문제 삼으면서 수개월 동안 분양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을 마친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세운 3-1·4·5구역(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도 택지비 감정평가 금액을 놓고, 한국부동산원이 세차례나 반려해 분양이 8개월 이상 지연된 바 있다.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분양이 지연되고 있는 강동구 둔촌 주공은 부동산원이 비교표준지 선정오류와 가격인상폭 과다 문제 등을 지적하며 재산정을 요구하면서 분양가가 조합 기대(3.3㎡당 4000만원)보다 낮은 3.3㎡당 370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