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금융·외환 과도한 변동시 신속한 시장 안정조치"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원·달러 환율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로 19일 1,45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6.4원 오른 1,451.9원이다.
이날 오전 9시10분 현재 전날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6.6원 치솟은 1,452.1원에 거래됐다.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상승한 1,453.0원으로 출발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중 환율이 1,450원선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3월16일 장중 최고 1,488.0원을 기록한 뒤 1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야간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0원을 넘었다가 최근엔 1,430원대에서 움직였다.
불안한 분위기였지만 2022년 10월25일 레고사태 때 기록한 고점(1,444.2)원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발 충격이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을 거듭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간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시장 전망에 부합했으나, 앞으로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예고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뉴욕 증시에서 주요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4% 오른 108.17을 기록하고 있다. 이 지수도 2022년 11월10일(110.99) 이후 2년1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12월 FOMC 결과가 상당히 매파적으로 해석된다"며 "달러가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환율도 연고점을 경신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달러강세 압력도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를 열어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체계를 지속 가동하면서 과도한 변동성에는 추가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정치상황과 결합하면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9.35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935.73원)보다 3.62원 오른 수준이다.
◇코스피,외인·기관 대규모 매도…개인은 8천억원 순매수 '배팅'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50포인트(1.95%) 내린 2,435.93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전장 대비 57.88포인트(2.33%) 내린 2,426.55로 출발한 뒤 하락폭을 다소 줄였지만 급락세는 면하지 못한 채 2,430대와 2,440대를 오가며 등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295억원, 기관이 5086억원의 매도세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3333억원의 순매도세를 나타내 현선물 시장을 합쳐 6600억원 수준으로 순매도했다.
개인은 8019억원어치룰 순매수하며 지난 10월2일(9868억원) 이후 가장 큰 순매수 규모를 나타내 대비를 이뤘다.
코스피 급락은 이날 새벽 연준이 시장 기대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내년 금리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낮춰 전망한 것이 통화긴축 우려를 키워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동반급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롬 파월 연준 의장이 회견에서 "우리는 (금리 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 것이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선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달러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하던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외국인 이탈을 자극했다.
아울러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시장 전망을 하회하는 실적전망을 내놓으면서 시간외거래에서 16% 하락한 것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코스피는 장중 낙폭을 키우기보다는 다소 줄인 채 좁은 폭으로 움직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 충격으로 시장은 점도표상 내년 2회 금리인하보다도 매파적인 내년 금리 1회 인하 수준까지 선반영하며 단기 언더슈팅한 상황으로, 추가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스피도 2,426으로 출발한 뒤 하락폭을 줄이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총 1,2위인 삼성전자(-3.28%), SK하이닉스(-4.63%) 등 반도체 업종이 동반 급락한 가운데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내렸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한데다 미국에서 생물보안법의 연내 통과가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바이오로직스(-2.24%), 셀트리온(-3.41%), 유한양행(-3.33%), SK바이오사이언스(-5.54%) 등 제약관련 종목의 낙폭이 컸다.
반면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조선업종에는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HD현대중공업(5.15%), HD현대미포(2.44%), HD한국조선해양(2.39%) 등은 올랐다.
역시 수출실적 기대감에 삼양식품(6.08%), 농심(3.71%), 롯데웰푸드(3.75%), 오리온(3.03%) 등 음식료품주, 한국화장품제조(3.02%), 토니모리(2.88%), 코스맥스(2.75%) 등도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21포인트(1.89%) 내린 684.3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이 200억원, 기관이 1138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42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8조3631억원, 6조4300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