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휴머노이드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을 뜻하며 필자는 이를 줄여서 휴봇이라고 하겠다.
휴봇은 인간의 동작과 지능을 능가하도록 제작되어 미래에는 그동안 인간이 해오던 모든 일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기 싫은 일은 모두 휴봇에게 시키면 되므로 노동의 종말이 가능한 셈이다.
최초로 휴봇 개발에 나선 기업은 일본의 소니와 혼다였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사의 아틀라스, 테슬라의 옵티머스, 중국의 유니트리, 피규어사의 피규어 등 세계의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2026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어느 기업이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할 것인가는 세기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휴봇 옵티머스는 파티장에 등장해서 음료를 나눠주고 사람들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일부가 원격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던지는 공을 정확히 잡는 동작을 보여주어 비록 원격조종일지라도 놀라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휴봇이 오고 있다
지난 1977년 6월6일자 뉴스위크지의 표지에는 전자기기를 들고 앞장서는 신사의 뒤로 공장근로자, 간호사와 건설일꾼들이 태극기를 들고 뒤따르는 모습과 함께 “한국인들이 오고 있다”는 제목이 실렸다.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무대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한국은 88올림픽으로 세계 국민들에게 신고를 한 셈이다.
그후 5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은 이제 모르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타국가가 되었다. 사회 인프라 부분에서는 선진국들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수준에 도달했으니 뿌듯할 정도다.
2025년이 시작된 지금 완전 자율주행차와 함께 세계 역사를 변화시킬 새로운 상대가 오고 있으니 바로 휴봇이다.
물론 아직 휴봇은 신체적 능력에서 인간보다 못하지만 빠른 진화속도를 보면 10년 내로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된다. 휴봇에게 일을 넘길 것인가 말 것인가는 인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각 국가별로 어느 수준까지 휴봇을 활용하는 수준에 따라서 생활의 편의 증진과 함께 국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 활동마저 대신하는 휴봇
로봇은 공장자동화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일을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로봇 밀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제조현장에 가면 모두 로봇들이 일하고, 인간은 로봇이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관리하는 역할이 주 업무다.
우주 탐사에 활용된 로봇으로 보이저 우주선,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세계 5번째로 달에 착륙시킨 일본의 달착륙 로봇을 들 수 있다.
조립과 용접, 위험한 터널 내의 가스 누출검사 등과 함께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연료봉 제거 작업을 위한 로봇도 개발 중에 있다.
로봇은 농축산업, 어업, 공장과 회사를 벗어나서 일반 레스토랑과 가사일로 확대되고 있다. 호텔의 접객 업무를 하는 호텔리어, 바리스타가 있으며 음악 연주 로봇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도 한다.
집안에서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며 개발중인 쉐프의 팔을 가진 주방 로봇이 곧 모든 음식 조리를 맡게 될 것이다.
이제 오직 남은 일은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꺼내어 개서 수납하는 일이나 식기들을 식기세척기에 넣는 일, 디저트 심부름 등 허드렛일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일마저 대신하는 가사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은 오직 집에서 쉬고 즐기는 일만이 남게 될 것으로 동작이 점차 줄어들 것이다.
함께 운동하고 동작을 강제하는 운동 레슨 휴봇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인간의 동작을 넘어선 휴봇
인간의 신체는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팔은 안으로만 굽혀지고, 목은 닭처럼 회전하지 못한다.
눈도 앞쪽에만 있어서 뒤는 볼 수 없으며 전방 시야각이 제한된다. 새와 달리 날개가 없어서 날 수 없으며 물갈퀴도 없어서 물속에서 수영에 한계가 있다.
허리도 90도 넘게 돌아가지 않아서 좁은 공간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어려움이 많다. 물론 신체의 유연성이 단련된 통아저씨 같은 분이 간혹 등장하긴 하지만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인간의 동작을 모두 따라 하는 데 성공한 휴봇은 이제 이러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날개를 달거나 눈을 뒤통수에도 부착하여 360도를 모두 살피고, 팔다리와 손가락의 유연성도 안팎으로 구부러지도록 하여 보다 더 유연한 신체를 갖도록 제작되고 있다.
휴봇의 장점은 빠른 진화 속도
인간은 진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휴봇은 1년내로 모든 부분을 진화시킬 수 있다.
사람은 총 206개의 뼈로 구성되어 있다. 즉 우리가 206개의 뼈에 모터를 가진 휴봇을 만들어 제어할 수만 있으면 인간과 동일한 동작의 휴봇을 완성할 수 있다.
현재 얼굴에는 14개의 뼈가 있는데 엔지니어링 아츠(Engineering Arts)사의 얼굴 휴봇인 아메카(Ameca)는 이미 17개의 모터를 가지고 있어서 아메카의 얼굴 표정은 사람과 흡사하다.
손에는 27개의 뼈가 있으며 테슬라 로봇의 손은 22개의 자유도(DOF)를 가져서 손가락의 움직임이 매우 정교하다.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더 많은 뼈를 내장하여 인체보다 더 유연한 움직임을 가지는 휴봇 제작은 시간문제다. 다만 인간의 뇌에서 운동신경을 제어하여 부드럽게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서 속도와 균형을 유지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문제는 현재의 휴봇이 인간의 동작을 열심히 학습하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걷도록 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분업체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임금은 세계의 공장으로써 생산거점의 역할을 해왔다. 중남미와 동남아, 중국과 인도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저임금 노동력이 휴봇에 의해 대체된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테슬라는 개발한 휴봇을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며 개인도 자동차 구입하듯 하나씩 반려로봇으로 활용하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휴봇의 대표기업으로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미국의 보스톤 다이내믹스사는 최근에 선보인 영상에서 휴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엔진 덮개를 들어서 옆에 놓인 수납대에 비스듬히 기울여 끼워넣는 장면을 보여주어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임을 보였다.
AI는 지식노동자인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고, 휴봇은 육체노동자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보조금과 관세장벽 등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으로 외국의 공장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저렴하게 24시간 일할 수 있는 휴봇을 선진국에서 활용한다면 저임금 개발도상국의 생산직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휴봇을 기반으로 한 공장은 세계의 역할 분담체제 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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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