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정부가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이 인수할 수 있다.
고려아연과 MKB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놓고 임시주총에서 의결권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이번 판정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산업기밀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 외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한다는 판정도 동시에 내렸다.
고려아연은 "이번 판정으로 고려아연은 순수 국내 기술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의 국내 자급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기술에 대한 해외 유출 보호 조치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겠다"면서 "국내 이차전지 소재의 핵심 광물 공급망 다양화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산업의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가진 기업은 정부로부터 개발 부담금 감면, 공장 인허가 단축 등 각종 지원 및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심해진 지난 9월 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구상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추진했던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포기함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결정이 현 지분 구조상 상대적 열세에 처한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 지지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려주실 캐스팅 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분들"이라며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와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