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투자의 달인' '오마하의 현인' 등으로 불리는 美 워런 버핏(94)이 주식을 내다 팔고 현금을 쟁여놓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기업 버크셔 해서웨이가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많은 투자자가 궁금해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크셔의 3분기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현금보유액은 약 3252억달러(약 448조9386억원)로 사상 최대치다.
정확히 말하면 현금이 아니라 주로 미국 국채 등으로 보유하고 있다. 2분기 말 2769억달러에 비해 483억달러(약 66조6782억원) 증가했다.
버크셔가 보유한 대규모 주식 중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지분을 추가로 매각하면서 현금 보유액이 더 늘었다.
특히 그동안 현금 보유액의 일부를 매 분기 자사주 매입에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버크셔 주가도 비싸다며 이마저도 사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며 존경받는 투자자가 투자를 꺼리고 있으니 일반투자자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버핏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주식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버핏은 평소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영원히'라고 답할 정도로 장기투자를 좋아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버핏은 주가가 비싸다고 판단할 때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늘 낙관적이고 인내심이 강해 보이는 버핏은 지난 1969년 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며, 매우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상당한 현금을 축적해 기회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 바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움직임이었다.
버핏의 최근 주식 매도 역시 현재 주가가 높다고 평가한 때문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전략가는 최근 향후 10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수익률이 연평균 3%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전 수십년간 수익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거대 자산운용사 뱅가드도 미국 대형주의 연간 수익률을 3~5%로, 성장주는 0.1~2.1%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버트 실러 교수 역시 가격 대비 주가상승률이 물가상승률 조정이후 연평균 0.5% 정도로 예상했다.
버핏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할 때 쉽게 사용하는 이른바 '버핏 지수'로 봐도 주가는 높은 편이다.
버핏지수란 한 국가의 총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시장의 규모가 경제규모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낸다. 미국 증시에서 지금 이 지수는 약 200%로, 기술주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 국채 금리가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서, 버핏이 주식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버핏은 여전히 좋은 기업을 사고자 한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훌륭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면서 "500억달러, 750억달러, 1000억달러에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