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시추결과 내년 상반기에…외자유치 등 중대분수령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개발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정부와 조율을 거쳐 첫 시추해역 선정을 사실상 확정했다.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도 이달 중 한국으로 출발한다. 시추선은 오는 12월 중순 대왕고래 유망구조 해역에서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나올 첫 탐사시추 결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가늠할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4일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주체인 석유공사는 최근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첫 탐사시추 해역의 세부좌표를 포함한 종합시추계획안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상 최종보고를 앞두고 있다.
첫 탐사시추 해역위치는 앞선 전망대로 가스·석유가 대량 매장된 곳으로 기대되는 7곳의 유망구조 중 대왕고래 유망구조 안에 있는 특정해역으로 정해졌다. 물리탐사 단계에서 탄성파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유망구조는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지형을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대왕고래 유망구조 안에서도 복수위치를 놓고 검토가 진행된 결과, 한곳이 더 좋다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돼 큰 이견없이 시추위치가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과 관련해 석유공사는 자문사인 액트지오사의 도움을 받아 기존에 확보한 물리탐사 결과를 분석해 대왕고래, 오징어, 명태 등 해양생물의 이름이 붙은 7개의 유망구조를 발견한 상태다.
첫 탐사시추 대상으로 낙점된 대왕고래는 이중에서도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의 이름이 붙었다.
대왕고래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대왕고래 위치는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동서로 길게 형성돼 있다"며 "대왕고래 한개 유망구조만 해도 넓어 가스개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특정지점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첫 탐사시추 위치로 선정된 곳에서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 대륙붕 해저까지 파내려가 암석시료를 확보한 뒤 이를 분석해 석유·가스 부존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조만간 산업부에 정식으로 시추계획 승인신청을 낼 계획이다. 관련법령상 석유공사는 시추 1개월 전까지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해 산업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승인신청이 오면 안덕근 산업부장관 주재로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전략회의'를 열고 시추계획을 심의해 최종 허가할 방침이다.
이같은 일정표에 맞춰 탐사시추에서 핵심역할을 할 탐사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도 한국으로 곧 이동한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달 중 현재 머무르는 동남아 해역에서 출발해 12월10일께 부산항에 도착, 보급후 '대왕고래'로 이동한 뒤 12월 중순께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 시추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너비 137.8ft(42m)·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깊이는 3만7500ft(1만1430m)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웨스트 카펠라호가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의 배후항만으로 지정된 부산항에 도착해 물자를 보급하고 나서 곧바로 작업 해역으로 이동해 12월 중순부터는 시추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공사와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을 가늠할 첫 분수령인 탐사시추 결과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석유공사는 실제 탐사시추 작업에는 2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이후 시료분석 작업에 추가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1㎞ 이상 내린 드릴에서 뽑아 올린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수행 회사로 미국 유전 개발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를 선정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이번 1차 시추는 석유공사 단독으로 수행하고, 2차 시추 단계부터 해외 오일메이저 등의 투자를 받아 공동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투자유치를 염두에 두고 현행 최대 12%인 조광료 적용비율을 최대 33%까지 확대하는 등 개발성공 때 국가 몫으로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저광물자원 개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첫 탐사 시추결과는 대규모 후속투자가 잇따라야 하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지속 필요성에 관한 국민 여론 형성에도, 사업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메이저 업체들과의 계약 협상에도 모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석유공사 고위관계자는 "첫번째 시추작업을 할 준비를 마친 상태로 그간의 해석결과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하는 이 사업의 중요성과 도전성도 알려 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