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의 시사산책] 미국 대선이 목전에 와 있다. 사전투표는 이미 시작됐다. 예측불허의 초박빙이다. 미국 대통령이 지향하는 정책에 따라 크게 휘청거릴 수 밖에 없는 나라들은 자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는 것 만큼이나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초강대국과 약소국과의 외교는 솔직히 말해 평등관계가 될 수 없다. 외교는 힘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종관계에 가깝다. 그것이 약소국의 운명적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도 결정적인 것은 강대국의 정책이었다. 지금 일본 오끼나와섬도 원래 류큐왕국이었다. 지리적으로 일본 본토보다 대만에 더 가까운 류큐국도 우리나라처럼 일본에 강점되었지만 그 때 해방되지 못해 독립국이 되지 못하고 현재 일본영토가 되었다. 이것 또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 정책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선 초강국인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키말라 해리스의 정책을 비교해본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누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개인에 따라서는 심지어 자신의 종교에 따라 선호하는 바가 다르고 예측하는 전망도 다를 수 있겠지만, 그동안 대선 후보당사자가 언급한 유세의 말이나 성향에 따라 미국 정책방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예측해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 크게 영향을 미칠 대북정책, 동맹 및 방위비분담, 중국과의 관계, 경제 및 무역정책, 기후변화 및 에너지에 관해 예측되는 정책들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대북 정책
트럼프는 전임 재임 중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열고 "톱다운" 접근을 선호했다. 재선된다면 북한과 다시 대화와 직접적인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핵화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압박과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한국에는 갑작스러운 군사 긴장 완화 또는 심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외교적 유연성이 어느때 보다도 요구되고 있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어받아 실무급 협상과 동맹국 간 조율을 강조할 것이다. 한국과의 협력도 강화하며 북한에 대한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안보가 어떤 영향 하에 있을 것인가 하는 예민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2. 동맹 및 방위비 분담금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라는 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우선주의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은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마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리스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면서 대화를 통한 조율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갑작스런 부담이 다소 완화된다면 한미 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으나, 북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은 미지수다.
3. 중국과의 관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 무역 및 안보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경제와 외교적 딜레마에 놓일 수 있다. 중간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줄타기 외교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리스는 중국과의 경쟁을 유지하면서도, 협력 가능한 분야를 모색할 것이다. 다자주의와 외교적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4. 경제 및 무역 정책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규제가 심화될 것이며, 특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게 열려 있다.
해리스는 자유무역을 선호하며 다자간 협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된 환경을 누릴 수 있으며, 미.중간 무역 갈등이 완화된다면 딜레마는 줄어들고 수출 여건은 개선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5.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정책
트럼프는 에너지 자립과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 대응이 느려지고, 그렇게 되면 한국의 친환경 산업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해리스는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의 친환경 및 재생에너지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트럼프가 당선 시 한국은 방위비 부담 증가, 중국과의 갈등, 무역 규제 등 외교 및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기에 미국의 일방적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해리스가 당선 시 동맹 관계 강화, 중국과의 관계 유연화, 자유무역 강화, 기후변화 협력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기조에 따라 급작스런 충격리스크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모든 예측 또한 예측일 뿐이다. 국제정세가 어떻게 진행될것인가 하는 것은 가능성에 대한 확률일 뿐, 그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약소국이 내분으로 사분오열 되면, 침략하는 외세에게는 잘 차려 놓은 밥상이 되고 강대국들의 먹잇감 거래대상이 되었다는 역사는 만고의 교훈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각각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 전략적 외교 및 경제 다변화를 준비하기에 밤을 새워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온 나라가 정쟁과 당리당략에 언제까지 함몰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정치인 개인 리스크가 국가의 리스크가 될 수는 없다. 정치인이 국민의 심복이지 국민이 정치인의 들러리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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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