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선언한 정부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3명이 AI 연구자였다. AI는 중요하며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국가적으로 IT(information technology)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IT는 세계의 IT와 개념과 범위가 좀 다르다. IT는 정보기술 즉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로 주로 컴퓨터와 SW 분야를 말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정보를 저장하는 반도체와 정보를 통신하는 무선통신과 스마트폰 산업으로 집중되어 왔다. 정부의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정보통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지난 9월 국가AI위원회가 발족되어 한국이 AI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이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 정부에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5년간 있었으나 그 성과가 궁금하고 SW산업발전위원회는 없었다.
오늘날 세계 시가총액 순위 10대 기업의 대다수가 SW기업으로 미국의 경쟁력은 SW산업에서 오고 있으며 SW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첫술에 배부르랴”와 같이 이제라도 선언하고 출발했으니 기대해야 한다.
그러나 카메라 셔터음, 공인인증서 제도, 인터넷 실명제, 신데렐라법,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 등 시대에 역행하는 갈라파고스 법을 만드는 나라에서 과연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AI는 SW의 꽃
AI는 SW의 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컴퓨터의 등장부터 AI 연구는 시작되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은 신경망 SW를 개발해서 수상했으며,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는 신경망을 이용하여 알파고와 알파폴드를 만들어서 수상했는데 모두 AI의 기초를 만들고 응용하여 인류에 기여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만든 것은 모두 SW지 결코 HW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AI와 SW는 양자가 얽혀(entangle) 있듯이 떼어 놓으려고 해도 결코 분리할 수가 없다.
오랜 시간 컴퓨터공학의 최종목표인 AI가 실현되니까 정부는 갑자기 AI를 육성하기 위해 기존의 많은 컴퓨터공학과는 못 본 체하고, 수도권 정원까지 풀어가면서 인공지능학과를 만들도록 유도해서 현재 수십 개 대학에서 인공지능학과가 설립되었다.
이러한 해결법은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아서 두 학과 모두 성공하기 어렵다. 일부 대학은 벌써 두 개 학과를 통합해서 학부로 전환하기도 했다. 즉 SW 인프라의 발전없이 AI만 발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의과대학 없이 응급의학과만 최고가 될 수 없고, 기계공학 없이 자동차공학만 발전할 수는 없다. 즉 SW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공학의 기반이 갖추어져야 최고가 될 수 있는 산업이 AI인 것이다.
세계 100대 SW기업에 한국 기업은 단 1개도 없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오랜 노력으로 자동차 3위, 가전 1위, 스마트폰 1위, 화학공학 1위, 반도체 1위, 조선 1위, 초고층 건설 1위, 초장대 현수교 건설 등 토목 1위, KF-21 개발성공에 따른 전투기 생산 5위, 원자력 발전소 건설, 누리호 발사 성공에 따른 항공우주 분야에도 10위권 내 도달했다.
즉 공학의 모든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미래 국가경쟁력 순위에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컴퓨터공학도 SW를 중심으로 공학의 일원이지만 불행하게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대 SW 기업을 보면 상위권은 불구하고 한국 기업이 단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발전하는 게 상식적이고, 다 상위권을 유지하는데 유독 한 분야에서만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수수께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에 뒤처져 있다는 일본만 해도 후지쯔와 NEC사는 컴퓨터 서버와 수퍼컴퓨터까지 개발해서 판매 중이지만, 국내 컴퓨터 서버산업은 제로에 가깝다. 즉 아직 팩스를 사용 중이라는 일본도 컴퓨터 시스템과 SW 분야의 인프라는 건재하다.
현대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알아야 AI에서도 선도가 가능하다.
중국 축구와 한국 SW의 수수께끼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러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결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재이므로 향후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을 것이다.
IT 강국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야 문제와 실체를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인터넷과 AI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는 충분히 될 수 있다.
세계의 또 다른 수수께끼 중의 하나는 중국이 축구를 못한다는 사실이다. 유소년 축구와 프로축구단 없는 국가에서 축구 월드컵 우승이 가능한가?
유소년 축구를 위해서 광저우에 에버그랜드 축구학교를 설립해서 2400명을 교육시키고, 고액 연봉으로 세계 최고의 감독을 스카웃하고 외국의 우수 선수를 귀화시키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퍼부었지만 2024년 월드컵 3차 예선이 진행 중인 현재 본선 진출 확률은 0.1%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초과학과 연구 인프라는 전무한 데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올림픽선수촌 같이 엘리트 학자들을 선정해서 집중 투자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초거대 AI는 초거대 기업이 하는 것
ChatGPT를 개발하여 운영하는 OpenAI 재단은 미국 MS가 10억달러(1조3천억원)을 투자해서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다.
초거대 AI는 현재 MS(이하 시가총액 2.5조달러), 메타(8500억달러), 구글(1.7조달러), 아마존(2조달러), NVIDIA(1.1조달러), 중국의 바이두(4500억달러) 기업 등이 개발하여 운영 중에 있다.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3000억달러)보다 몇 배 이상 큰 기업들이다.
2024년 현재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AI 시스템에서 많이 사용되는 NVIDIA의 GPU인 H100 모델의 총 갯수가 2,000대가 안되는 반면에 일론 머스크가 발표한 ‘콜로서스’ 시스템 하나만 해도 30억달러를 투자해서 H100 모델 10만 개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규모가 있는 기업만이 초거대 AI를 개발하고 있는 중인 데 국내에서 AI 서비스 클로바를 개발한 NHN사(200억달러)는 규모에 비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니 격려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SW분야 초거대 기업은 커녕 SW기업 순위에서조차 100대 기업에도 속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도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외에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과 AI로 노벨상을 받은 힌튼 교수가 있는 캐나다를 추월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SW산업 기반이 없는 AI는 모래 위에 집짓기
중국 축구는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AI 선도국이 되려면 우선 SW 산업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 문제는 또 왜 우리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는가라는 의문과도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노벨평화상과 문학상 2명 뿐인 반면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29명과 대조된다.
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는 학사 학위만 있는 민간기업의 연구원이었다.
그동안 서울대에서 160억을 투자하여 석학을 유치하여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실패로 정리되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 산업이 없이 AI를 선도하겠다는 것은 자칫하면 모래 위에 집짓기라는 사상누각(沙上樓閣)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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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