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미국 독립운동과 프랑스혁명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는 천부인권의 자유가 되었다. 단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시켜서는 안된다.
물론 폭탄제조와 완전범죄를 하는 방법, 마약 제조법과 같이 알아서는 안되는 정보를 제공해서도 안된다.
가짜뉴스와 사이비종교가 늘어나서 사회적 문제가 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표현과 종교의 자유는 이를 제한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되는 제약을 가지므로 명예훼손죄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무의미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한국의 명예훼손죄는 규제 내용이 광범위하고 형사처벌도 가능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미국 국무부 보고서에서 조차 지적한 바 있다.
선진국의 경우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는 민사로 벌금형으로 국한된다. 특히 유럽 인권재판소 등에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징역형은 과도하다고 결정하였다.
반면에 국내법은 “사실적시”와 무관하게 형사처벌이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점은 태국의 왕실모독죄와 준하는 악법의 일종이다.
표현의 자유와 정보 열람의 자유
표현의 자유보다 더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열람의 자유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자유롭게 표현한 정보를 임의로 접하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 의해서 금서를 지정하여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더 큰 억압에 해당한다.
컨텐츠의 영향력은 대북 풍선에 컨텐츠가 들어간 USB를 보내고,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DMZ의 대북방송을 보면 알 수 있다.
북에서는 한국의 컨텐츠를 보기만 했다고 중학생들을 처형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세계인이 모두가 환호하는 K-드라마와 음악을 보았다고 처벌하는 것은 한민족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남북한은 한민족이 아니여서 통일을 해야할 대상이 아니라고 교육한다고 하니 기막힌 일이다.
과연 그러한 행위가 북한 주민에게 통할 일인가? 우리는 북과의 협상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컨텐츠 차단을 해결하는 일이다.
독일은 통일 이전에도 동독인들이 서독의 모든 TV컨텐츠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기에 어느날 갑자기 통일하게 된 것이다.
컨텐츠의 통신의 자유 왕래는 통일의 선결조건이므로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만남과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AI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
가짜뉴스는 인간이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AI는 만들어서는 안된다. AI는 기계이므로 표현의 자유라는 천부인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AI는 없는 사실(환각, 헛소리라고도 함)을 지어내서도 안되므로 AI를 더 잘 교육시켜야만 할 의무가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AI에 대한 규제 도입을 시작하고 있다.
AI의 딥페이크 능력과 정교한 가짜뉴스는 인간이 만든 것보다 더 신뢰할 수준으로 만들 수 있기에, 규제가 필요하며 그래서 AI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
AI에게 컨텐츠 생성을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AI에게 편향되지 않고 오류가 없는 모범적인 바른 대답만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AI에게 질문을 하면 “답변이 있으나마나”인 것 같은 지극히 중립적이고, 어느 한 곳도 지적할 것이 없는 윤리교과서나 성현들의 말씀같은 답변만이 제시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진심을 듣기 원하지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중립적인 답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는 중립적인 답변 즉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AI”를 만들다보니, AI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어지지 않게 된다.
자유표현의 AI와 교과서 AI에서 선택
어느 누군가가 만일 사람이 죽어서 천국과 지옥을 택하라고 하면 자신은 지옥을 택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천국에 가면 경건하고 바른 사람들만 가득할 것이므로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는 독일 속담과 함께,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지옥에 사는 인물들은 성실한 사람들만 사는 따분한 천국에 비하면 훨씬 다채롭다”고 말했다.
천국에서는 기도하고 고상한 음악만을 듣겠지만, 지옥에서는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고성방가와 음주가무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웹사이트 디시인사이드(dcincide.com)는 유투브, 구글, 네이버 다음으로 접속자수를 가진 대표적인 게시판(갤러리) 사이트다.
디시인사이드의 성공 비결은 익명성에 기반한 자유로운 표현을 허용하여, 현재 6만개가 넘는 갤러리를 가지고 있다.
거리낌 없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는 인터넷 공간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두 개의 AI 시스템이 있어서 하나는 표현의 자유에 기반하여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는 AI와, 소위 안전을 이유로 철저한 표현 검열을 통과하여 중립적이고 교과서 내용같은 답변을 주는 AI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생각해보자. 자유로운 표현을 허용하는 AI에 더 많은 사용자들이 몰릴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재미를 떠나서 AI에 대한 표현의 자유 제한은 결국 인간에 대한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다. 제한된 컨텐츠만을 학습한 AI의 활용율이 높아질수록 인간은 가두리 양식장과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인간의 컨텐츠를 누구나 보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며, AI에게 지나친 완벽함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휴대폰 실명제를 통한 인터넷 실명제의 나라에 표현의 자유는 제한 중
통신의 자유에는 내가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신했는가를 숨길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 통신 내용만을 보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내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는 지도 보호되어야 하지만 누구를 만났는 지도 보호되어야 하듯이, 내가 통화한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도록 보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국내에서는 음성통화(녹음을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가 모두 기록되어 수사시 모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3년부터 시작되었으나 위헌판결에 의해서 2020년에 폐지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터넷 실명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휴대폰 번호를 통한 사용자인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휴대폰 실명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통신사는 모든 사용자의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 기록을 모두 보관하고 있어서 모든 통화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휴대폰 실명제는 많은 나라에서 신원 확인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과 달리 국내에서 적용되고 있는 제도로, 인터넷 실명제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래서 통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사회단체 오픈넷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합헌판정으로 현재도 유지되고 있어서, 표현의 자유의 실효성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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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