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회장 안기천)는 1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에도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된다며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협회 부설 금융시장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금융브리핑 2024-5호’에서 이른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는 금융당국의 ‘뒷북 규제’를 질타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뒤늦게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ELS 주요 판매사 검사 결과를 공유받고 고위험상품 판매를 손보려 한다. 연구기관 검토의견을 반영한 초안을 토대로 은행과 금융투자업권과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국퇴직금융인협회는 금감원의 검사 내용을 접하고 은행 직원들의 업무 처리가 기상천외하다고 평가했다. 고위험상품이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라고 유도했음에 놀라워했다. 지점 방문이 힘든 투자자를 대신해 가입신청서를 작성하고 녹취를 한 것처럼 꾸며 허위 계약을 체결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은행 경영전략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음을 꼬집었다. 영업목표를 과도하게 책정해 직원들의 공격적 영업을 강요했고, 성과평가지표(KPI)를 ELS 매출에 유리하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유인했다고 예를 들었다.
또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점에 주목했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S) 사태 당시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신탁 판매를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부분에서 다시 대규모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만큼 판매상품 범위의 재검토부터 금융투자상품의 제조·판매 규율체계까지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소법이 제정됐음에도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되는 점에서 법을 보완하고 금융사의 내부통제체계 전반에 걸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제도상 보완과 함께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영업 관행 개선, 가치관 정비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세부 처방을 내놨다.
금융시장연구원 보고서는 ELS처럼 구조가 복잡한 고위험상품은 은행 창구 직원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됨에 따라 불완전판매가 반복된다고 해석했다. 그렇다고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지나친 영업 규제라는 반발과 함께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권의종 박사는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며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는 필요하나 금융상품의 판매 제한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사태가 발생했으나 그때마다 판매 금지나 규제 강화에 치우치다 보니 근절되지 못한 선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런 점에서 불완전판매 금지보다 정도를 어떻게 줄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협회 안기천 회장은 ”정부가 이왕 고위험상품을 제도 개선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참에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며 ”시간이 걸리고 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최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필요하면 법을 고치고 제도를 손보며 운영을 바로 하면서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