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20의 기적
한글20의 기적
  • 신부용
  • 승인 2024.03.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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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한글의 기본 자음과 모음은 사실상 각각 10개이며, 이들의 합자로 어떤 말소리도 표기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들 기본 자음과 모음에 0~9까지의 번호를 부여하면 세상의 모든 말소리를 숫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수가 0~9까지의 숫자로 표시되듯이 세상의 모든 말소리도 0~9까지의 숫자로 표기된다는 것은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런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필자는 이렇게 자모 20글자로 된 문자 체계를 기존 한글과 차별화해 한글20으로 부르자고 했습니다.

한글20의 특성

한글20은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첫째, 글자가 모두 20자(자모 각각 10자)로 세계에서 제일 적습니다. 이탈리아어 알파벳은 21자이고 한글 24자, 영어 26자, 아랍어는 자음만 쓰지만 28자, 러시아 키릴 문자 33자, 힌디어 50자 등입니다. 둘째, 한글20은 글자 수는 제일 적지만 발음 표기 능력은 세계 최강입니다. 거의 무제한의 발음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글자의 모양입니다. 한글20의 글자들은 모두 훈민정음의 기본 자모들로, 소리를 내는 구강의 모습을 가장 간단한 도형으로 보이며 배우기 쉽고 모양이 아름답습니다.

한글20의 활용

한글20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자가 없는 지역에 보급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언뜻 보면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낙후 지역 주민들을 돕는 좋은 사업이지만 상대국 정부와의 관계도 있고, 주민들의 학습 욕구가 문제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사업 자체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어 결실을 보기 어렵습니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 부족이 좋은 예입니다. 일종의 연구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재정 지원이 떨어지자 한국어 보급 사업으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글자 없는 지역에 한글을 보급하려면 우리 정부의 경제 개발 지원과 병행해 주민들이 스스로 한글을 배워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둘째, 문자가 어려운 나라에 대체 문자나 보조 문자로 한글을 보급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로마자 병음은 보조 문자의 좋은 예입니다. 앞서 ‘세계 문자 한글’ 연재 5번째 글에서 설명한 대로 중국은 병음이라는 대체 문자의 도입으로 한자를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한자의 컴퓨터 접근성을 높여 지금의 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한글20은 대체 문자로서 로마자보다 훨씬 우수하므로 지금이라도 중국어를 배우는 국내 학생들에게 보급해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합니다. 누차 지적했듯이 이렇게 함으로써 세종대왕의 후손으로서 한글을 외면하고 로마자 병음을 쓰는 부끄러움도 면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의 성과를 보고 조선족과 외국인 학생들이 뒤따르고 결국 중국 학생들도 사용하게 된다면 한글 세계화의 큰 진전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셋째, 한글의 표음 기능을 활용해 세계의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언어가 다르면 의사소통이 막혀 무관심해지기 마련이고 심하면 적대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7,139개의 언어와 293개의 문자 체계가 있다고 하니 인류는 이 숫자만큼의 언어 장벽으로 쪼개져 살고 있는 셈입니다.

인류 평화를 위해 이 장벽을 없애야 합니다. 지금까지 ‘에스페란토’ 같은 인공어(人工語)들을 만들어 봤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은 50여 개에 이르는 소수 민족과의 소통을 위해 보통화(普通話)라는 표준어를 보급했지만 역시 별무효과였습니다.

세종대왕은 달랐습니다. 그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글자로 표현하는 방법을 만들어 백성들을 가르쳤습니다. 세종대왕이 중국 옥편인 홍무정운에 훈민정음으로 토를 달아 출판함으로써 훈민정음이 중국에도 보급되기를 기대했는지는 모르나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만일 칭기즈칸 같은 정복자였다면 훈민정음을 세계 문자로 정착시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칭기즈칸보다 더 강력한 정복자 인터넷이 등장해 모든 인류가 한글을 쓰는 세종대왕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아래 표는 여러 언어가 ‘마’소리를 어떻게 표기하는지를 나타냅니다.

한글

영어,독일어, 인도네시아어 등

중국어

한자

일본어

가나

타이어

Ma, ma

馬 麻 抹ㆍㆍ

マ,ま

 มา

 

위에서 언급한 대로 세상에 293개의 문자 체계가 있으므로 ‘마’ 발음 표기 방법도 293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한자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한 뜻 없이 그저 ‘마’ 발음만 표기한 것입니다. 그래서 ‘같은 발음을 적는 글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인류가 그만큼 어리석은 탓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두가 그냥 ‘마’라고 쓰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293개 문자 체계에 의한 언어 장벽이 사라질 것입니다. 세계 각국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한글20을 배우라고 하는 것은 무모해 보입니다. 그러나 한글20으로 다른 290여 개의 표기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달라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 ‘1글자 1발음’인 한글을 마치 발음기호처럼 사용하자고 제안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기술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도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미 세간에는 다언어 양방향 자동 통·번역기가 나오고 AI(인공지능) 기술이 무섭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들은 7,139개의 언어와 293개 문자의 굴레를 없애기보다는 피해 가는 것들입니다. 이들 기술을 쓰면 편리하기는 하나 모두 영어 기반이어서 다른 언어들의 소멸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글20이 세계 문자가 된다면 모든 언어를 살리면서 서로 연결해 주는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shinbuyong@kaist.ac.kr)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
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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