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중 칼럼] 연말임에도 베이징 공항에 사람이 별로 없다.
중국인 유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한다. 내 수업을 듣는 중국인 학생들도 돌아간다.
시진핑 주석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화장실 청결은 정말 성과가 있었나보다. 인천공항도 깨끗하다고 하는데 베이징 공항 화장실은 과장 좀 섞어 이불 펴고 자도 되겠다.
겨울이면 낡은 경유차와 난방매연으로 오염됐던 그 베이징이 아니다. 호텔에서 나서는데 공기가 상큼하다 못해 청량하기까지 한다.
초미세먼지 문제만 나오면 중국 탓을 하기도 민망하다. 물론 베이징의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린둥성이라는 택시기사와 호텔로 가며 얘기를 나누었다. 베이징 경기가 너무 안좋다고 한다. 어디나 택시기사들이 경제에 민감하다. 물가가 너무 오른다고 한다. 하긴 공항 면세점 중국 명주 우량예(五粮液)가 9800위안, 우리 돈 2백만원 가까이 된다.
50살인데 와이프와 이혼하고 딸 하나 있단다. 불행하게도(?) 난 아직 아내와 살고 있다고 위로해주었다.
왕징에 한국 사람들 많이 산다고 하길래 30년 전에는 다 논밭이었다고 말해줬다.
30여분 간 얘기하면서 출산 문제 등등 두런 두런 얘기하면서 오는 맛도 좋다. 사람살이는 어디나 똑같다.
베이징도 제법 날씨가 춥다. 호텔 도착하자마자 줌으로 회의하나 하고 민정시찰에 나섰다.
길거리 고구마파는 아주머니 표정이 안타까워 얼마냐고 물어보니 큰 건 15위안,작은 건 13위안이란다.
아니 훙수(红薯)라고 하는 찐고구마가 그렇다고? 10위안에 깍기는 했는데 베이징 서민들도 고물가에 팍팍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중국의 최대 인력고용 산업은 택배,배달...물품임시보관업도 눈에 띄어
최근 중국의 최대 인력고용 산업은 택배,배달이 아닐까 싶다.
만만디(慢慢的)라는 말은 중국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원래부터 상거래에서 주는것은 느리지만 받는 것은 빨랐다.
코로나로 더 심해지면서 배달은 필수가 됐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택배믈품의 분실이 잦고 서로가 시간이 안맞아 편의에 의해 생긴 것이 택배보관함이다.
베이징 어디를 가나 보관함이 곳곳에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식에서부터 각종 물품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학기중 과제로 중국에서 유행하는 서비스중에 우리나라에 도입해서 사업화할 아이템이 무엇일지 아이디어를 내보라고 했다.
그중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물품임시보관업이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부 지하철등에서 일찍부터 있었지만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비교할 수가 없다.
외국인들이 한국 관광중 가장 불편해 보이는 부분이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여기에 어린 아이와 유모차까지 있으면 대략난감이다. 그래서 난 이런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 무조건 계단을 오르내릴 때 도와준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홍대입구역 지하에 짐가방보관소는 항상 성업중이다. 관광객들을 오라고 초대해놓고 ‘관광천국’이 아니라 ‘계단지옥’을 맞본 외국인들은 다시는 한국을 찾고 싶지않다고 한다고 말한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가 기본인 외국은 대중교통시설과 인프라가 갖춰져있다. 우리도 과거와 비교하면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거대한 장벽이다. 전장련의 시위방식에 비판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 분들 덕분에 정부나 지자체도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중국도 오토바이로 배달하다보니 사고도 잦다. 호텔로 들어가는데 한 명이 길바닥에 있고 자동차 한 대와 대치중이다.
큰 사고 인줄 알았는데 넘어진 오토바이 운전자는 여유롭게 스마트폰중이다. 아마도 서로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인것 같다.
중국은 또 이런 경우 버티는쪽이 이긴다. 눈치싸움이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풍경은 구경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30여년 전이라면 짐작에 20~30명은 당사자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어도 여유롭게 사고 현장을 구경하고 지켜보기만 한다. 괜히 관여했다가 책잡히지 않으려는 사회주의의식 조심성이 몸에 배어있었다.
지금은 구경꾼 하나가 없다. 또 다른 측면에서 무관심해진 것이다. 나 살기도 바쁜데 흔한 풍경에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서 안전모를 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단속하는 중국공안 경찰의 범칙금 부과과정도 옆에서 지켜봤다.
세상에 예전에 그렇게 권위적이고 위협적이었던 공안의 모습은 없고 친절하고 부드럽게 규정을 설명하며 범칙금을 무선 단말기에서 뽑아준다.
오히려 단속 당한 사람이 목소리도 더 크고 나만 잡냐며 대드는 모습이 이제는 아무리 경찰이라도 할말은 하는 낯선 풍경 속에서 공권력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그래도 과거 중국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수십 명이 모여 웅성웅성하던 그 시절이 더 정겹다.
아! 옛날이여!
快递员们的天堂就是中国。 但是要注意安全。
서너 달만 안가도 변화가 심한 곳이 요즘 중국...중국을 자주 가보려고 하는 이유
중국도 변한다. 중국인들도 변한다. 연령마다 우리처럼 다 다르다. 한 가지 기준, 내가 본 것만으로 평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중관계가 격변기에 있고 중국도 정치, 경제, 국방, 외교면에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전 세계에 선거가 몰려있는 내년은 국제 관계에 더 신중하고 선택의 문제가 걸려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베이징 수도공항 고속도로에서 만난 저 태양은 오늘 하루 종일 지구촌 사람들에게 2023년의 아쉬움과 2024년 청룡의 해에 대한 기대를 줄 것이다.
앞서 출국한 김포공항 국제선에 사람들이 정말 많다. 아이돌스타가 출국하는 지 카메라를 든 여성팬들 수십 명이 대기중이다.
베이징을 만 48시간 머물고 온다. 아버지 장례로 미뤄졌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중 관계는 미국,호주,인도가 관계 개선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소위 전문가들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KH대 주모 중문학자는 ”중국의 ‘환대’에 빠져 한국을 배신하는 정치인,교수,엘리트‘들“이라고 최근 보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작 본인은 10여 년전 소위 미국이 중국의 이념전초기지라고 비판하는 ‘공자학원’을 최초로 경기도에 유치했다고 대대적으로 내세웠었다.
요즘은 검색하면 금방 나온다. 자승자박이고 자기모순이다. 국방부와 외교부 라인들의 어처구니 없는 ‘독도 분쟁인정’교재는 실수라기 보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득세 탓이 크다. 거름종이가 없다.
외교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리의 문제고 국익의 문제다. 수교 후 우리가 중국에서 번 수출이익은 7천6백억 달러다. 하지만 요즘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직구 온라인 쇼핑몰이 반중정서가 강한 MZ조차도 애용할 정도로 파상공세다.
이럴수록 자주 만나고 연구하고 사유해야 한다. 서너 달만 안가도 변화가 심한 곳이 요즘 중국이다. 중국을 자주 가보려고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중국을 진짜 모르겠다.
31일 귀국 후에는 곧 바로 미국 라스베이거스CES 현장으로 달려간다. 근래에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간다고 한다.
격변의 시대에 고여있으면 금새 썩는다. 내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2024년에는 좋은 일은 즐기고 안좋은 일은 도전하며 잘 극복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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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경중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
2004년 제24회 한국방송대상 앵커상
2018.02~2021.10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2010~2012.12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1996~1998 CBS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