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에 이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지난해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가 아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과 하향 요구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공시가격 산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급등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개편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에 대해 지난달 24일부터 소유자·지자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29일 공시한다고 28일 밝혔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열람안 대비 0.02%포인트(p) 하락한 17.20%로 결정됐다. 이 공시가격은 지난해(19.05%)에 2007년(22.7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크게 뛰었다.
서울은 14.22%로 변화가 없는 가운데 인천은 29.33%에서 29.32%로, 경기는 23.20%에서 23.17%로, 부산은 18.31%에서 18.19%로 각각 소폭 하락했다.
대전(16.35%→16.33%)과 충남(15.34%→15.30%), 제주(14.57%→14.56%), 경남(13.14%→13.13%), 경북(12.22%)→12.21%) 울산(10.87%→10.86%) 등도 미세조정이 이뤄졌다. 나머지 시·도는 애초 안에서 변화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상승률 1·2위인 도봉구(20.66%)와 노원구(20.17%)의 공시가격에 변동이 없었고, 용산구(18.98%→18.96%), 동작구(16.38%→16.37%) 등에서 미세조정이 이뤄졌다.
서초구(13.32%→13.33%)와 구로구(14.27%→14.34%) 등 2곳이 상향조정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애초 안에서 변화가 없거나 하향 조정됐다.
열람기간 전국에서 총 9337건의 의견이 제출됐다. 이는 지난해 공시가격 폭등으로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빗발쳐 4만9601건의 의견이 쏟아진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에 나서기 직전인 2018년(1290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의신청의 대부분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하향요구지만, 개발지역에서 보상금을 높게 받기 위해서 또는 주택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고 상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올해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하향요구는 8668건(92.8%), 올려 달라는 상향요구는 669건(7.2%)이었다.
의견반영률은 13.4%로, 지난해의 5.0%를 크게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하향요구에 대한 의견 반영률은 13.4%(1163건), 상향요구의 반영률은 13.4%(1248건)로 각각 집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의견제출 건수가 줄어든 것은 공시가격 열람시 함께 발표한 재산세·종부세 등 세 부담 완화방안 영향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시세)은 71.5%로, 지난해 대비 1.3%p 오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앞서 정부는 공시가격 안을 공개하면서 재작년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수상 주택토지실장은 "로드맵은 2020년 11월 제정된 부동산공시법에 따라 만들어진 것인데, 현실화율이 매년 3%씩 오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것은 봐서 조금 수정·보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기간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계획을 재수립하겠다고 공약해 인수위에서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조만간 로드맵 개선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와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시세의 90%인 현실화율 목표제고율을 80% 선으로 낮추고, 2030년인 공시가격 현실화율 도달 목표연도를 2030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랑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아직 구체적인 수치 등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 법적 절차를 밟아 여러 가지 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올해는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된 자료를 지도 등 시각자료를 보강해 제공하고 산정의견도 자세히 제시하는 등 주민들이 납득하기 쉽게 하려고 한다"며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날 공시한 공시가격에 이의가 있는 경우 다음달 30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 건에 대해서는 재조사를 실시해 변경이 필요한 공시가격은 6월24일에 조정·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