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간 국내 5대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전달에 비해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 7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는 내용의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어난 현상이다. 정부대책이 오히려 주택대출 급증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은 일부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8월 증가폭은 예사롭지 않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30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8월2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조사한 결과 총 294조114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말 289조6387억원에 비해 4조4761억원 늘어난 수치로, 7월 한달간 증가액 5018억원의 9배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부터 운영해 왔던 '가계부채협의회'를 해체하는 대신 '가계부채상황점검반'을 가동한다. 가계부채협의회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정부 부처 중심이었다면 상황점검반에는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 등도 참여한다.
상황점검반은 정부가 지난달 22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한편 금융사별, 차주별 대출 동향을 집중 모니터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매월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와 리스크관리 실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21일 금요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1차 경고였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 21일 '금요회'(매주 금요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권 관계자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은행권 여신 담당 부행장들에게 "무리한 대출 경쟁을 해서는 안된다"며 대출 경쟁 자제를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