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파동과 4대 악(惡) 근절
'가짜 백수오' 파동과 4대 악(惡) 근절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5.05.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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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에 엄한 행정력 없어..불안한 국민들에 믿음줘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3월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 이를 근절하기 위한 추진 본부와 성폭력 특별 수사대를 발족시켜서 민생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제29기 졸업 및 임용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법이 사회적 약자에 방패가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드렸다"며 "그 약속을 이뤄나갈 핵심적 역할이 우리 경찰 여러분에게 주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한달 넘게 이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 백수오 제품은 물론 주류 중에도 백수오가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국순당 백세주는 제품 자체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구매, 제품을 생산해 온 동아제약 등 제약사들에게도 불통이 튀었다.
 

식약처 '가짜 백수오' 조사결과 발표가 오리혀 혼란 가중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짜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 결과발표가 오리혀 혼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또 사태 수습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도대체 대통령이 4대 사회악 가운데 하나로 규정한 불량식품 문제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서 뭐 하나 똑바로 일처리를 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나아가 뭐 하나 명쾌한 대응이 없다보니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만 있다.
 
더욱이 식약처는 확인 불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진위를 가려내야 할 정부기관이 책임을 회피한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식약처는 제품 제조 과정에서 열이나 압력을 가한 탓에 백수오나 이엽우피소 DNA가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것처럼 제품의 원물을 찾아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전수조사 당시 원물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검사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결국 식약처는 곡류가공품 등 원물에 가까운 형태의 제품에 대해서만 성분을 확인했고 조사대상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은 '확인 불가' 판정을 내렸다. 대신 건강기능식품 58개 제품에 대해서는 "이엽우피소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원물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이력이 있고 혼입방지체계와 원료공급처 관리가 미흡했다"면서 '자율적 회수 조치'를 실시했다. 이엽우피소를 확인하지는 못해도, 이들 제품에 가짜 백수오 원료가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식약처 스스로 인정한 조치다.
 
하지만 식약처는 해당 제품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식약처가 자율적 회수 조치를 실시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제품명 공개는 거부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업체 상당 수는 식약처의 전수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호도하고 있다.
 

사태 수습 과정서 식약처 우왕좌왕은 더 큰 문제

 
한국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발표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계속 우왕좌왕하는 것은 미덥지 못하다.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무해하긴 하지만 섭취는 말아 달라"고 했다가 “시중 백수오 제품 207개 품목에 대해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조사 했지만 무려 157개가 '확인 불가', 즉 ‘우리도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나마 내놓은 개선책도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와 기능등급 분류의 허점 등 구조적 문제에 해당하는 핵심을 비껴갔다.
 
갱년기 증상 등에 백수오가 특효를 발휘한다는 일부 쇼닥터들의 얘기에 백수오 함유 제품이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며 해당 제품에 대한 과도한 열풍을 몰고 왔다. 가짜 백수오 제품이 무더기로 유통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데는 여러 방송사들의 책임도 크다. 백수오 효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쇼닥터(show doctorㆍ방송 출연 의사)’들이 백수오 함유 제품에 대한 맹신을 불러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다. 쇼닥터들이 의학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치료법을 무분별하게 소개해 대중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가 이번 파동을 계기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식약처의 시중에 유통중인 각종 백수오 재품 검사결과를 보면 아직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게 있었던 것이다. 결국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거의 대부분이 '가짜 백수오'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이는 백수오라고 팔리던 농산물이나 백수오가 함유된 주류, 의약품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백수오 파동으로 인해 관련 제품을 제조해 판매해 온 기업들의 타격은 만만치 않다. '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난 직후부터 발빠르게 반품이나 환불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식약처의 회수 명령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백수오로 올린 매출을 고스란히 뱉어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국순당의 경우 대표 제품인 백세주에 백수오가 함유돼 있다. 제품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원료 2건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현재 전량 회수에 돌입했다.
 

소비자는 물론 기업들 피해도 만만찮아..식약처 책임회피 부각

 
제약사 역시 마찬가지다.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해 온 동아제약은 '가짜 백수오' 파동이 일어난 직후부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경우 반품 및 환불처리를 실시했다. 판매되지 않은 제품은 이미 전량 회수한 상태며 식약처의 자율회수 명령에 따라 판매된 백수오 제품에 대해서도 회수 조치 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역시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로 백수오 제품을 생산해 왔다. 현재 백수오 제품의 반품을 받고 있다. 판매된 것, 먹다 남은 것까지 모두 환불 처리 중이다.
 
식약처의 책임회피가 부각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불량식품을 4대악이라고 선언하면서 퇴출을 재차 강조했었던 탓이다. 실제로 식약처 담당 국장이 직접 청와대에 관련 보고를 하러 가는 등 청와대는 식약처로부터 가짜 백수오 사태를 계속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식약처의 태도에서 불량식품에 대한 엄한 행정력이 발견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박근혜 정부 들어 사전적으로 비위생적이고 품질이 낮은 식품이라는 불량식품의 정의가 "통상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모든 식품"으로 확대됐다. 보건복지부 산하였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무총리 직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하고 막강한 권한을 준 것도 이 정부 들어서다. 모두 국민안전과 먹거리 위험 을 줄이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기업들도 피해를 입은 곳이 많다. 백수오 제품 매출에 따라 각 기업의 손해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매출 뿐만 아니라 유통, 영업마케팅 비용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업체들이 입게 될 손해는 단순 매출액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떤 정책이든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처벌도 그런 일관성에 근거해서 이뤄져야 한다. 가짜 백수오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는 그렇지가 않았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먼저 믿음을 줘야 한다. 청와대와 식약처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국민들이 덜 불안할 지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금융소비자뉴스  발행인
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언론학 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임원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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