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우리나라 직장인 27%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24%는 AI 덕분에 생산성이 올라가는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AI와 한국 경제’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의 51%는 AI 도입으로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오삼일 팀장과 이수민 과장이 작성했다.
보고서는 직장인 24%를 AI가 생산성을 높여주되 일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은 작은 ‘높은 노출도-높은 보완도’ 그룹으로 분류됐다.
똑같이 AI 노출도는 높지만, 보완도가 낮아 AI에 대체되거나 소득이 감소할 확률이 큰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 그룹은 27%였다.
AI 노출도란 직무가 AI에 의해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AI 보완도는 직업의 사회적·물리적 속성으로 인해 AI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를 가리킨다.
예컨대 판사, 외과의사를 비롯한 직무는 설령 AI 노출도가 높아도 잘못된 판단에 따른 여파(의사결정의 중대성)를 고려했을 때 우리 사회는 해당 직무를 AI에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인간의 감독 아래 둘 공산이 크다.
즉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 직군은 AI가 업무를 대체할 여지가 많아 저임금, 실직 위험으로 이어지는 반면에 똑같이 AI에 노출됐더라도 ‘높은 노출도-높은 보완도’ 직군이라면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특히 여성, 청년층,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AI 노출도와 보완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해당 계층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세계 최악의 고령화에 빠진 한국에 구원투수 격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AI 도입은 한국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 높이는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 이에 고령화로 인한 GDP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큰 과제는 AI 때문에 위기로 내몰릴 ‘높은 노출도-낮은 보완도’의 27% 직군을 어떻게 지원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도록 할 것인지다.
오 팀장은 “한국은 AI 준비 지수가 165개국 중 15위로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교육과 재훈련을 통해 노동 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동시에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