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2년 귀중한 시간 벌어…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중대과제"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미국 정부가 흑연에 한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제재를 2년 유예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국내 배터리·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자립화에 올해 9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미국 IRA 관련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배터리와 완성차 업계와 함께 'IRA의 친환경차 세액공제 및 해외우려집단(FEOC)에 대한 가이던스 최종규정 발표'의 영향과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이같이 밝혔다.
회의에는 민간측에서는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겸 배터리산업협회장, 이석희 SK온 대표, 최윤호 삼성SDI 대표,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홍정진 포스코퓨처엠 상무, 남철 LG화학 부사장, 우정엽 현대자동차 전무, 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안 장관은 회의에서 "민관의 노력으로 2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벌었다"며 국내 배터리업계 공급망 자립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변화 및 안정적인 관리는 여전히 한국 기업이 이뤄내야 할 중대한 과제"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배터리·자동차 업계간, 그리고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년의 시간을 벌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IRA에 따른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업계의 공급망 자립이 필수가 됐다.
이차전지 음극재 핵심소재인 흑연의 중국 수입의존도는 지난해까지 약 90%에 달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국내 업계는 2년 안에 '탈중국' 공급망 다양화에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급망 자립화와 관련한 국내 투자에 올해 9조7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등 금융·세제 및 인프라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정부간 협력채널을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에서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활동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리튬메탈 배터리와 실리콘 음극재 등 흑연을 대체할 기술개발도 지원한다.
이날 회의에서 배터리·완성차 업계에서는 흑연의 FEOC 규정 적용이 2년간 유예된 것에 대한 환영의 뜻과 함께 "정부가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대미(對美) 협의를 적극 추진해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업계에서 이같은 반응이 나온 것은 그간 흑연에 대한 FEOC 규정이 한국 업계의 북미 진출확대에서 가장 큰 불확실한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부규정안에서 FEOC를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으로 규정했다.
이와 맞물려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IRA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올해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흑연 공급망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한국 업계에 내년부터 당장 FEOC 규정이 적용될 경우, IRA에 따른 미국의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있었다.
산업부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대통령실, 산업부, 외교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미국측과 적극 협의하면서 흑연에 대한 FEOC 규정적용이 유예될 수 있도록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이번 최종규정에 정부의 요청이 반영됐고, 한국 업계는 2026년까지 안정적으로 미국 시장내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부는 IRA 가이던스 최종 규정에서 완성차 업계에 "2027년 이후 흑연 공급망 다변화 계획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세액공제 요건을 따지면서 핵심광물 비중을 산정할 때 정확한 부가가치 계산을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와 업계가 신경 쓰는 부분이다.
산업부는 "정부와 업계는 IRA 가이던스 최종규정에 맞게 흑연 등 핵심광물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또 민관합동 배터리얼라이언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