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이후 순위 2위까지 올라가…DL측, “일부 직원의 실적경쟁에서 비롯”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지난해 도급 순위 10위권 건설사인 DL이앤씨가 한국생산성본부의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 순위를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아파트 입주민인 것처럼 속여 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S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해 3월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센터에서 실시된 NCSI에서 DL이앤씨 소비자만족팀 CS 직원 9명이 입주민인 것처럼 가장했다.
당시 조사 대상자는 모두 22명으로, 나머지 13명 다수도 DL이앤씨 측이 미리 섭외한 ‘우호주민’들이었다.
이 사실을 SBS에 제보한 전 DL이앤씨 직원 A씨에 따르면 설문조사 당일 DL 직원들은 미리 섭외해놓은 우호 주민들을 불러 모은 뒤 조사원에게 차례로 보내 조사를 받도록 했다.
A씨는 “동대표 등 입주민들을 우호 고객으로 만들어 미리 연락을 했고, 대기하고 있다가 설문조사를 받도록 했다”고 전했다.
아예 DL이앤씨 직원들이 각자 특정 동호수 입주민인 것처럼 꾸며 직접 조사에 응하기도 했다.
같은 사람이 옷만 바꿔 입고 2명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CS팀 본사 직원들은 대화방을 통해 미리 확보한 국가고객만족도 설문지를 공유했다. 직원들끼리는 “안산에서도 조사 대상을 미리 섭외한 우호 세대로 채웠다”, “작년처럼 다른 사람 번호를 빌려서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등 방식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다른 지역에까지 이 같은 방식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작은 2021년 8월 기준 DL이앤씨의 하자 보수가 건설사 중에서 가장 많았고, 그해 NCSI 순위는 6위로 떨어지면서 비롯됐다.
A씨는 당시 상부에서 고객 이미지를 제고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고, 현장에서는 합당한 노력을 넘어서 무리한 조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DL이앤씨는 2022년 국가고객만족도 3위, 2023년에는 2위로 올라섰다.
DL이앤씨 측은 “조작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 중”이라면서 “일부 직원들이 대리 설문한 정황은 발견했지만, 회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는 아니며 직원들이 지나치게 실적 경쟁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직 하부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유관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고객만족지수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직접 평가한 만족도 계량화한 지표다. 기업들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여기에서 높은 순위를 받았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