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다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21일 비슷한 내용의 ‘2차 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내린 데 이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홍모 씨 등의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기업이 피해자 1인당 5000만원∼1억5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도 평택과 용인에 살던 홍씨(소송 중 사망) 등은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이듬해 8월 원자폭탄 투하로 재해를 입은 뒤 귀국했다. 이후 이들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다.
홍씨 등 일부 생존자와 사망 피해자 유족은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2016년 1심은 "일본 정부의 강제적 인력 동원 정책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강제 노동에 종사시켰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약 3년 만에 끝난 항소심도 이와 같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해당 일본 기업들은 이에 앞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직접 배상을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944년 9월부터 히타치 조선소 등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 이모 씨도 2015년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1·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 소송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인정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일련의 소송 중 일부다. 이를 '2차 소송'이라 통칭한다.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등 우여곡절을 거쳐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진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2차 배상 소송’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