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찾기·아동학대 감시 등 사회공헌 활동도
편의점업계, 대민 서비스 확대 나서는 추세
방문 고객의 상품 구매 유도해 매출 증대
직원 업무 과중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도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공과급 수납, 택배 수령, 꽃 배달 같은 생활 서비스부터 계좌 개설 등 금융 업무까지.
편의점업계가 종합 서비스 센터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 수거 등 친환경 서비스, 실종아동 캠페인과 아동학대 신고 서비스 등 공익적 활동을 하는 편의점도 나온다. 다양한 생활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의 방문을 유도해 추가 상품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전국의 편의점은 5만개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만여개에 달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보다 많다. 도시는 물론 시골 어디에도 편의점이 없는 동네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전국에 촘촘한 점포망을 구축한 것이다. 편의점 업계는 점포를 사회안전망으로 활용하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편의점의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편의점 업계가 내놓은 신규 서비스들을 보면 편의점의 영역 확대를 실감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가 '택배'다. GS25와 CU 등 주요 편의점 브랜드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거나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소비자들의 택배 이용률이 높아진 것을 감안한 서비스였다.
2019년에는 자체 물류를 이용한 '반값 택배'를 선보였다. 점포 물류망을 이용해 소비자의 택배 상품을 점포끼리 주고받는 시스템이다. 기존 택배보다 저렴한 1000원대부터 이용이 가능해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1020 소비자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1020은 편의점의 주 타깃인 만큼 택배 이용을 위한 방문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었다.
ATM에 의존하던 금융 서비스도 한 단계 발전했다. 기존에는 무인ATM 등을 통해 입출금을 처리하거나 공과금을 납부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엔 은행과 직접 손을 잡고 카드 발급 등의 업무까지 진행할 수 있는 '금융 특화 점포'를 열고 있다. 점포 방문률을 높이려는 편의점들과 유인 점포를 줄이려는 은행 간 수요가 일치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심폐소생술을 돕는 자동심장충격기를 비치하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CU는 지난 20일 에스원과 손잡고 전국 점포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설치하기로 했다. 의료 시설이 없거나 구조 인력들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인근 CU에 비치된 AED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AED는 심정지 환자의 골든 타임(4분) 이내에 사용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아동 찾기·아동학대 감시도 편의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점포마다 비치된 모니터로 실종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의 정보를 알리는 방식이다. CU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이 캠페인을 통해 가족을 찾은 실종 아동만 100여명에 달한다. 점포는 학대 아동의 긴급 피난처로도 이용된다.
편의점이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신설하는 건 기본적으로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서다. 편의점의 반값 택배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 택배의 절반 이하인 1000~2000원의 이용료로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 점포의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이너스'다. 받을 택배를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는 점주로서는 물건을 보관해 두는 번거로움만 있을 뿐 매출이 전혀 없는 무상 서비스다.
이런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대다수는 10대에서 30대까지의 젊은 층이다. 편의점의 주 고객층이기도 하다. 택배를 찾기 위해 점포를 방문하면 다른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계좌 개설이나 PET 수거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경쟁 점포가 비슷한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면 효과는 더 높다.
지자체와 함께 진행하는 아동·여성 보호 활동도 중장기적으로 볼 때 편의점 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편의점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불이 꺼진 곳이 많아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심야 시간대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한다. 야간에 통행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편의점을 거쳐가게 되는 셈이다.
다만 업무 과중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편의점이 취급하는 업무가 다양해질수록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업무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택배 등의 서비스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일부 편의점 점포들은 아르바이트 직원들 사이에서 '꿀 매장'으로 불리며 선호도가 높다.
점주 입장에서도 택배 접수 기기나 금융 기기 등이 매대 자리를 차지하는 게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택배 등 서비스 상품은 고객 클레임도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을 유치하고, 매출로 이어지도록 유도해 점주의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면서도 "점주나 직원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도 업무는 늘어나 반기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