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6년에 1096억 원에 이르는 전산관련공사를 경쟁입찰방식을 거치지 않고 현대오토에버와 수의계약을 해 공사를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개경쟁입찰에 부칠 경우와는 달리 공사금액이 현저히 높을 수 있어 정 부회장의 배를 불릴지는 몰라도 소액주주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016년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현대오토에버와 전산관련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1097억원이고 대금은 현금으로 결제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지명경쟁입찰이었던 계약이 어떤 영문에서인지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계약금액은 1억원이 낮은 1096억 원이고 결제방식은 현금에서 전자어음으로 바뀌었다.
현대건설이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방식을 취했지만 실제는 수의계약이었기 때문이 이같은 회계변경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대건설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현대오토에버에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어 수의계약을 한 셈이다.
현대건설 수의계약에서 보듯 내부거래가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를 봉쇄하고 오너일가의 사익편취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이번에 전산관련일감을 경쟁입찰에 부쳤을 경우 공사금액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되고 IT업체를 비롯한 많은 중소기업들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정부회장의 사익편취를 위해 주주가치 훼손을 무릅쓰고 수의 계약으로 현대오토에버에 대형 일감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의 현대오토에버지분은 개인으로는 가장 많다.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28.96%고 정 부회장이19.46% 지분으로 2대주주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차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그동안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현대오토에버는 2016년 현대차 계열사들과 1조534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고 지난해에는 300억여원이 증가한 1조894억원을 기록했다. 내부거래 비율이 9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