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전자ㆍ생명 등 유력… 부진 리조트 호텔, 서현 패션ㆍ광고 맡을듯
삼성판 '신 삼국지'시대가 시작된다.
이건희 회장 입원 장기화와 함께 이재용ㆍ이부진ㆍ이서현 삼남매의 삼성 경영 승계 작업이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으로 세 남매의 `삼분지계(三分之計)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번 에버랜드 상장 추진으로 삼성은 경영승계에 필요한 재원 확보와 지배구조 단순화의 포석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생명, 삼성전자,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이 가진 약 11조원에 이르는 지분을 그대로 물려받으면 세금만 5조원 가량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으로 확보한 실탄으로 이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 상황은 다르다.
삼성에버랜드에서의 삼남매의 지분 보유율은 41.8%에 이르며, 삼성카드 등 계열사 지분까지 합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보유율은 65.4%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지분은 25.1%다. KCC가 2012년 삼성카드로부터 매입한 주당 가격 182만원을 적용하면 삼남매의 주식 가치는 1조9000억원이나 된다.
삼성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으로 인한 예상 시가총액은 주당 300만원씩, 250만주 총 7조∼8조원으로 평가된다. 이번 상장으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가진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1조7570억원에서 약 2조원으로 인정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SDS의 상장으로 얻는 이득까지 합치면 이번 두차례의 상장 결정으로 얻어들이는 수익은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회장이 가진 약 11조원에 이르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수조원의 세금이 필요한데 이를 삼성에버랜드로 돌려 상속세 부담을 분산시키고 동시에 마련한 자금으로 지배구조를 더 견고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삼성에버랜드 외 다른 계열사 지분 지배력이 약한 이부진ㆍ이서현 자매의 경우 이번 상장을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승계 받을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인수와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삼성종합화학의 삼성석유화학 합병,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 삼성그룹의 경영승계 과정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됐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사업영역 재조정 등이 꼽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7.8% 수준까지 늘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전자ㆍ금융ㆍ건설 계열의 중간 지주회사 설립 등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등 일부 계열사의 거취여부가 남긴 했지만 이는 당장의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마지막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의 경우 전자와 물산, 생명 등 주요 계열사를 대부분 거느리게 되고, 이부진 사장은 리조트와 호텔 등을 중심으로 한 `에버랜드'(가칭),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인 제일모직과 광고를 맡고 있는 제일기획 등을 경영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부문의 추가 조정 여지는 아직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