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환율비상'-.
환율 하락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체감 경기가 넉 달 만에 뒷걸음질하고, 4월 해외 관광 지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환율 하락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환율 급락은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9로 지난달보다 하락했다. 지난 1월 76에서 지난달 82로 3개월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였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다고 응답한 업체가 나쁘다고 응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의 의미다.
원고(高) 현상에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치면서 4월 산업생산도 전월에 비해 0.5% 줄어들었다.
중소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137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6월 경기전망지수(SBHI)가 전월(96.3)보다 4.8포인트 하락한 91.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분야 전망 지수는 지난 3월 94.4로 정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창희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연구부장은 "세월호 사고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까지 약해져 중소기업 경기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해외 관광 지출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해외 관광 지출액은 16억9680만달러로 지난 199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출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도 4월에는 24.7%나 급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 금지 등으로 국내 여행업은 죽을 쑤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 돈 쓰는 재미가 쏠쏠해지면서 해외여행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 당국은 1020원 선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해서 급격한 환율 하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 26일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자동차 산업 매출이 연간 42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환율은 연초보다 40원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서 환율이 더 하락하면 연말까지 2조원대의 매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나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제품은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이겨내기 쉽지만, 중소 수출 기업들은 수출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원화 강세가 글로벌 달러 약세 등 구조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라 외환 당국의 의지만으로는 하락세를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대미 수출이 늘어나고 있어 1020원 선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