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3’ 생명보험사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보험을 냉대하고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소위 빅3 생명보험사가 2001년께 출시한 장애인전용 보장성보험인 ‘곰두리보험’의 보장내용을 꾸준히 줄여왔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와 몇몇 중소형사들이 추진해 온 장애인전용 연금보험상품은 내놓지도 않았다. 장애인단체들은 사회공헌 이미지를 홍보해 온 대형 생보사가 정작 장애인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8일 보험사들의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곰두리보험 암보장형 상품에서는 암 수술비가 보장내용에서 사라졌다.
한화생명은 일반암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지급하던 300만원(보험가입금액 500만원 기준, 가입계약 후 1년 이상)을 지난달 18일 새로 개정된 곰두리보험 약관에서 제외했다. 교보생명은 2011년 3월 500만원(보험가입금액 500만원 기준)씩 주던 암수술보장금을 2011년 3월부터 없앴다. 삼성생명만 곰두리보험의 암 수술급여금 항목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비갱신형 상품의 경우 암 수술비를 보장내용에서 제외해 왔다. 곰두리보험 역시 비갱신형 상품이기 때문에 암 수술비를 약관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암으로 확진된 경우 지급하던 암진단급여는 세개 회사 모두에서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일 경우 절반만 주는 방식으로 약관이 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30일 새로 바뀐 약관에서, 암보장개시일(90일) 이후부터 바로 보험가입액의 200%씩 주기로 했던 암진단급여를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는 100%만 주는 것으로 바꿨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암 초기진단이 확산되면서 손실 위험이 늘어났다. 장애인 암보험의 공익적 특성 때문에 항목을 고치지 않다가 뒤늦게 고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암진단급여금을 계약일로부터 1년이내에는 100%만 지급하는 것으로 약관내용을 바꿨다.
곰두리보험의 소득보장형상품은 아예 상품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곰두리보험은 암보장형과 사망보장형 두 종류만 나온다. 소득보장형상품은 가입금액이 2000만원으로 1000만원 또는 500만원인 다른 두 유형보다 높은 대신 소득보전 개념으로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했다. 재해로 인해 새로 장해를 얻게 되는 경우에도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소득보장형 상품이 사라지며 장애인들의 보험상품 선택권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곰두리보험은 2012년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8000여명 정도에 그칠만큼 판매율이 미미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장내용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홍보도 부족했기 때문에 외면받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 스스로도 적은 보장내용 탓에 장애인들에게 매력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보험의 보장성은 지속적으로 줄여온 셈이다.
이들 3사는 최근 케이디비(KDB)생명과 엔에이치(NH)농협생명 등 중소형사가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 연금보험 출시에서도 발을 뺐다. 장애인연금보험은 장애인 수명 통계를 사용해 일반 연금보험보다 10∼25%가량 더 많은 연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나서서 적극적인 도입을 권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