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증권사 삼성증권에 '괴소문(?)'...수상한 사모사채 부실 급증
우량증권사 삼성증권에 '괴소문(?)'...수상한 사모사채 부실 급증
  • 정진교 기자
  • 승인 2025.01.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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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2위 증권사인데도 부실자산비율만은 대형사1위...부실의 80%가 사모사채에서 발생. 부실비율 42% 달해

사모사채보유와 부실액, 23년4분기부터 갑자기 급증...부동산PF 관련인듯. 건설경기악화흐름서 방치시 더 문제
삼성증권 본사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진교 기자] 자기자본 기준 업계 4위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의 부실성 채권이 2023년 4분기부터 갑자기 급증, 작년 9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은 10대 대형 증권사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를 포함한 전국 60개 증권사들 중에서도 11위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삼성 계열사인데다, 작년 1~9월 당기순익 규모가 업계 2위일 정도로 다른 대부분의 경영지표들은 극히 양호한 증권사다. 이런 초우량 증권사가 유독 부실자산비율만 이렇게 높은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전체 건전성분류대상자산 13조3443억원 중 부실성 자산이랄 수 있는 고정이하자산은 모두 8841억원으로, 고정이하자산비율이 6.62%를 기록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삼성증권의 전체 자산은 57조5237억원(별도)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전체 자산 중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신용공여금, 각종 대출채권, 대지급금, 부도어음, 사모사채, 미수금, 채무보증 등을 건전성분류대상자산으로 정해 정기적으로 건전성을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건전성분류대상자산은 모두 13.34조원이고, 이 중 6.62%가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고정 이하’로 분류돼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자산) 비율 추이(금융통계정보시스템)

삼성증권의 부실자산비율은 2023년 9월 말까지만 해도 1.88%로, 극히 양호한 수준

삼성증권의 부실자산비율은 2023년 9월 말까지만 해도 1.88%로, 극히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3년 말 6.4%로 갑자기 껑충 뛰더니 작년 3월 말에는 7.1%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6월 말 6.45%로 떨어지는가 했으나 9월 말 6.62%로 다시 높아졌다.

삼성증권의 이 비율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 중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이다. 대형 증권사들 중 삼성증권 다음으로 높은 곳은 신한투자증권(5.8%), 키움증권(4.83%), 메리츠증권(3.36%), 한국투자증권(2.96%), 대신증권(2.27%), 하나증권(2.2%), 미래에셋증권(1.57%), NH투자증권(1.51%), KB증권(0.63%) 순이다.

5%를 넘는 곳은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뿐이다. 나머지 대형사들과 삼성증권과의 고정이하자산비율 격차도 큰 편이다.

외국계를 포함한 전국 60개 증권사로 따져도 삼성증권보다 이 비율이 높은 곳은 10개에 불과하다. BNK투자증권(17.72%), 옛 하이투자증권인 아이엠증권(13.39%), DB투자증권(9.97%), SK증권(8.92%), 현대차증권(8.33%), 유진투자증권(8.31%), 교보증권(8.2%), 한화투자증권(6.93%) 등이다.

대부분 과다한 부동산PF 때문에 생긴 부실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연착륙 유도정책에 따라 BNK-현대차-유진-교보증권 등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작년 6월 말을 고비로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다.

▲BNK투자증권의 부실자산비율

삼성증권의 부실성자산 비율이 대형 증권사들 중 유독 이렇게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모사채 때문

삼성증권의 부실성자산 비율이 대형 증권사들 중 유독 이렇게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모사채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현재 삼성증권이 매입하거나 투자한 사모사채 1조6645억원 중 6966억원이 고정이하로 분류돼 있다.

고정이하비율이 무려 41.85%에 달한다. 거의 절반 가까이가 부실화돼 있다. 삼성증권 전체 고정이하자산 8841억원의 79%가 사모사채 부문에서 발생했다. 다른 건전성분류대상 자산들의 부실화율을 보면 대출금은 1.33조원 중 4%에서 부실이 발생했지만 액수는 535억원에 불과하고, 부실이 100% 발생한 대지급금의 고정이하금액도 8.8억원에 불과하다.

미수금(고정이하금액 802억원, 고정이하비율 1.77%), 채무보증(488억원, 4.26%) 등에서도 부실이 발생했지만 금액이나 비율이 미미하다.

사모사채의 고정이하비율은 23년 9월 말까지만 해도 17.13%에 그쳤으나 23년 말 31.8%, 24년 3월 말 41.07%, 6월 말 39.65%, 9월 말 41.85% 등을 각각 기록했다. 흐름이 전체 부실채권비율과 비슷하다. 2023년 4분기부터 사모사채 투자 또는 인수에서 갑자기 부실이 급증, 지금까지 높은 부실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체 부실자산비율까지 치솟게 했다고 보면 된다.

▲23년9월말 기준 삼성증권의 사모사채 보유액과 고정이하자산비율

삼성증권의 사모사채 보유액은 2023년 6월 말만 해도 3542억원(이중 고정이하비율 46.3%)

사모사채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복잡한 공모절차 회피 등의 목적으로 50인 미만의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만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증권사들의 경우 주로 부동산PF 시행사들이 만든 SPC(특수목적법인)가 사모사채를 발행, 자금을 조달할 때 신용보강의 형태로 사모사채 인수확약을 했다가 SPC가 부실해지면서 약속대로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경우들이 많다.

삼성증권의 사모사채 보유액은 2023년 6월 말만 해도 3542억원(이중 고정이하비율 46.3%)에 그쳤으나 그해 9월 말 9455억원, 12월 말 1조6577억원, 작년 3월 말 1조7560억원, 6월 말 1조7935억원 등으로, 특히 23년 4분기부터 급증했다. 작년 9월 말에는 1조6645억원으로 약간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작년 9월 말 기준 사모사채 보유액이 삼성증권 다음으로 큰 증권사는 메리츠(1조4962억원), DB(3909억원), 하나(3007억원), BNK(2579억원), 다올(1990억원) 증권 순이다. 메리츠증권은 보유액이 삼성증권 못지 않지만 고정이하비율이 3.58%에 그친다. 부실이 적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삼성증권과 보유액 격차가 크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이나 신한-키움증권 등은 사모사채 보유액이 아예 0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왜 이렇게 갑자기 사모사채 보유를 늘렸고, 부실도 많이 발생했는지는 설명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로 국내 부동산PF 신용보강을 했다가 시행사가 부실해지면서 인수확약에 따라 인수한 경우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손익계산서상의 대출채권 대손상각비 부문

사모사채를 제외한 다른 각종 대출채권의 신규 부실이 많이 줄어들고, 기존 부실 많이 정리

작년 9월 말 삼성증권의 사모사채 보유액 중 3개월 이상 연체상태인 ‘고정’은 5261억원, ‘회수의문’은 0, ‘추정손실’은 1705억원씩이다. ‘추정손실’은 사실상 떼였다고 보는 돈이다. 이 때문에 사모사채 전체에는 176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설정돼 있다.

하지만 작년 1~9월 삼성증권의 전체 대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신규 전입액(대손상각비)은 576억원으로, 전년동기 1154억원에 비해 절반 이하로 격감했다. 사실상 떼일 것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쌓았다가 회수가능 판단으로 다시 충당금에서 제외시키는 대손충당금 환입은 23년 1~9월 26억원에서 작년 1~9월 453억원으로 급증했다.

사모사채를 제외한 다른 각종 대출채권의 신규 부실이 많이 줄어들고, 기존 부실들도 많이 정리해 전체 부실 부담은 오히려 많이 줄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식투자자 등으로부터 받는 수탁수수료 수익이 23년 1~9월 4102억원에서 작년 1~9월 4655억원으로 늘고, 같은 기간 각종 이자순익(1217억원 증가), 기타 충당금환입, 배당금수익 등도 모두 늘어 삼성증권의 당기순익은 같은 기간 5162억원에서 6912억원으로 34%나 늘었다.

당기순익 규모는 한국투자증권(1조680억원)에 이어 증권업계 2위다. 사모사채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다른 영업부문에서는 워낙 영업실적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의 부실자산비율

다른 영업부문에선 선방...사모사채 등 부동산PF 부문에서만은 아무튼 어딘가 문제가 생긴 듯

삼성증권이 사모사채 부실 급증에 비해 충당금은 제대로 충분히 쌓았느냐는 의문도 당연히 뒤따른다. 충당금을 쌓을수록 비용이 늘어나 그만큼 순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나중에 설령 진짜 회수불능 부실이 되더라도 그때까지는 충당금을 가급적 덜 쌓아 그만큼 실적을 더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게 대부분 경영자들이 받는 유혹이기 때문이다.

실제 7천억원에 이르는 삼성증권 사모사채 부실에 비해 충당금 잔액 1760억원은 작아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측은 ‘23년 4분기 사모사채 보유액과 부실이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과감히 많이 쌓았기 때문에 작년에는 새로 많이 쌓을 필요가 없었고, 환입도 많이 생겨 흑자요인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할 것이다. 실제 그런 측면도 적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및 건설경기가 올들어서도 계속 침체되고 삼성증권이 사모사채 해결책을 제대로 찾지 못할 경우 삼성증권의 사모사채 부실문제는 더 확대될 소지도 없지 않다. 실제 부동산경기는 올들어 더 악화되는 조짐이다. 중견 건설사들의 회생절차 신청 등도 늘어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다른 영업부문에선 선방했지만 사모사채 등 부동산PF 부문에서만은 아무튼 어딘가 문제가 생긴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면서 “재작년 하반기부터 사모사채 규모와 부실이 모두 갑자기 급증한 것으로 보아 작년 5월 PF사업장 사업성 재분류를 강화하도록 한 금융당국 때문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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