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시추서 가능성 보여야 추가탐사 동력확보 전망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20일 시작됐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20일 새벽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탐사시추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도시인 포항에서 동쪽으로 50㎞ 이내에 자리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석유공사는 아직 대외적으로 첫 탐사시추 해역의 좌표를 공개한 적은 없다.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첫 탐사시추 해역은 북위 35도52분57초, 동경 130도00분37초다. 가장 가까운 해안인 구룡포에서 동남쪽으로 약 42㎞ 떨어져 있다.
석유공사가 임대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 9일 부산외항에 입항해 기자재 선적후 16일 밤 부산을 떠나 17일 오전 시추장소에 도착했다.
이후 인근 해저면 시험굴착 등 준비작업을 거쳐 이날부터 본격적인 시추작업에 들어갔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1㎞ 이상 드릴을 내려 해저 지형을 뚫고 들어가 암석을 채취할 계획이다.
시추 작업은 앞으로 약 40∼5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시추작업 종료 후에는 시추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내년 상반기 중 1차공 시추결과를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시료를 통해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는 미국 유전개발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가 맡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깜짝 발표'를 해 '윤석열표 사업'으로 여겨지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시작되게 됐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20%의 성공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탄핵정국 와중에 1차 시추에서 뚜렷한 가능성이 나와야 추가 사업동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원래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와 거리가 있는 석유공사의 자체 대륙붕 개발사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이 사업의 잠재성이 크다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지난 6월 이례적으로 긴급 대국민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적 기대감을 키우면서 윤 대통령의 직속사업처럼 여겨졌다.
산업부와 석유공사 내부에서는 대왕고래 사업을 본인의 치적으로 남기고자 했던 윤 대통령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번 사업의 성공이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치적 영향없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첫 시추사업 예산 497억원이 전액삭감된 상황에서, 석유공사는 정부 지원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한번에만 1000억원가량 드는 사업비를 온전히 마련해야 한다.
석유공사는 아직 자본잠식 상태이기는 하지만 현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2022년과 2023년 각각 2조원,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도 1조2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 지원 없이도 첫번째 시추를 하는 것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석유공사는 1차 탐사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외자 유치를 추진하려고 해,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한 국책사업화가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합작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이번 시추는 석유·가스 부존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탐사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시추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